가을과 코미디.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런데 드는 의문 하나.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날씨가 무슨 상관! 아트영화나 흥행 영화 모두에게 환영받는 소재인 `로드 무비' 를 솔직한 성적 대화로 즐거운 여행담을 꾸민 `로드 트립' 이나 남자 창부를 소재로 한 `듀스 비갈로' 는 모처럼 만나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섹스가 장난처럼 보이기는 하지만.▲듀스 비갈로
`남창(男娼)'이 되기엔 빈약하다. 작은 키에 좀 튀어 나온 배, 촌스런 머리카락. 처음부터 몸을 파는 직업은 아니었다. `듀스 비갈로 (Deuce Bigalow)'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 물고기를 사랑하는 수족관 청소부 비갈로(롭 슈나이더)는 말리부의 한 고급 아파트에 수족관 청소를 하러 갔다 남창 안토안을 만나게 된다.
고급 자동차와 미녀보다 그를 유혹하는 것은 멋진 수족관. 중국산 라이언 피쉬가 병이 들자 안토안은 자신의 휴가중 집에 머물며 물고기를 보살펴 달라 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수족관이 박살나는 바람에 얼결에 남창이 된 비갈로.
모든 남자가 자신의 육체만을 탐한다고 생각하는 비만증 여성, 키가 커 `코끼리'라는 별명을 듣는 키다리, 아무데서나 잠에 곯아 떨어지는 기면발작증 환자. 이 여성들 모두 “비갈로가 최고” 라고 애용하고, 그럴수록 그를 노리는 형사는 그의 ?목을 조여 온다.
비갈로는 몸을 파는 대신 관심과 애정을 팔았다. 발 마사지, 진지한 대화, 상대에 대한 이해. 여자가 원하는 것 단지 한번의 쾌락이 아닌 관심이라는 얘기인데, `남창'이란 껄끄러운 소재를 유머로 치환하기 위한 당연하고도 뻔한 선택이었다.
롭 슈나이더의 진솔한 연기와 재치있는 대사가 느끼하지 않은 코미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시간 때우기에 맞춤 영화이다. 감독 마이클 미첼.
/박은주기자
▲로드 트립
`로드 트립(Road Trip)은 즐겁다. 로드무비의 심각함을 털어버렸다. 젊은 대학생들은 사랑과 성의 충돌을 밀폐된 공간이 아닌 `길위의 시간' 에 펼쳐 놓았다.
멀리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애인에게 엉뚱한 비디오가 전달된 것이 문제였다. 조쉬(브레킨 마이어)는 다른 여자 베스 (에이미 스마트) 와의 정사장면을 찍은 그 테이프를 애인이 보기전에 되찾으려 친구들과 긴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대마초 중독의 천재 루빈과 떠벌이 이엘과 약골 카일까지 낯익은 얼굴들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자동차가 망가지자 스쿨버스를 빌리고, 잘 곳이 없자 흑인 학생들만 모이는 낯선 대학 서클을 찾는다. 카일은 거기에서 첫 경험도 하게 되고, 자신감도 회복한다.
늘 가까이에 있는 베스가, 육체와 정신이 함께하는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조쉬에게 깨우쳐 주듯 `로드무비'로서의 미덕도 잊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진행하는 MTV 토크 쇼처럼 대학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그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톰 그린의 능청도 짐 캐리 못지 않다.
우리로서는 아직도 꺼내기 어색한 성에 대한 솔직한 심리와 행동을 영화가 웃음으로 자연스럽게 대신해 주지만, 이런 섹스코미디는 이제 너무나 흔하다. `로드 트립' 도 그중의 하나이다. 단지 더 발랄하고, 가볍고, 더 따뜻하다는 차이 뿐.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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