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취재차 한국에 온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기자에게 “일본이 아시안컵서 이렇게 잘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너무 갑작스런 발전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다.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미즈에 고타 테즈리란 축구인이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축구를 가르치자'는 운동을 시작한 인물로 학교선생님들에게 축구지도방법을 가르쳤고, 선생님들은 그 지도법을 토대로 각 학교에서 선수들을 육성했다.
고타씨의 제자들중에는 98년 월드컵대표선수가 10명이나 됐을 정도였다. 일본의 유소년축구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그의 힘이 크며, 그것이 결국 오늘의 일본축구를 강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새삼 느끼는 바가 많았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대표팀이 왜 이렇게 못하느냐, 허정무 감독을 갈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런데 그 질문에는 꼭 사족이 달려 있다.
“일본은 저렇게 잘하는데…(왜 한국은 일본처럼 못하냐)”이다. 물론 그 말속엔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공동개최국 일본에 비해 망신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일본기자의 얘기를 근거로 답변한다면 일본축구와 한국축구의 차이는 감독의 차이에서 생긴 것은 절대 아니다.
일본은 리그시스템부터 유소년 프로그램, 시설까지 모든 인프라를 오래전 이미 구축해 놓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말하자면 그러한 인프라의 차이가 오늘의 한ㆍ일 축구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시스템을 갖추어 놓지 않고 대표팀에게만 잘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다.물론 허정무 감독이 잘 했으니까 유임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당장 외국인감독을 불러 온다고 해서 한국축구가 월드컵 16강에 갈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문제는 분명 축구계가 결정할 문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대표팀에 대한 비난 속에는 일본과의 비교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바로 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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