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별다른 큰 이슈가 없었던 한일 바둑계에서는 지난 연말 중국에서 열린 제3회 춘란배 세계바둑대회 기간 중 발생한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의 취중 폭행 사건 처리 문제가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구랍 26일 중국 장수(江蘇)성 타이저우(泰州)시에서 벌어진 춘란배 본선 1회전이 끝난 후 고바야시 9단, 류시훈 7단, 히코사카 나오토 9단, 야마시다 게이고 8단 등 일본 기사들이 호텔 바에서 밤을 새워 술을 마셨다. 27일 새벽 1시 30분께 술에 취한 고바야시 9단이 갑자기 맥주잔으로 옆에 앉아 있던 류 7단의 얼굴을 때려 왼쪽 이마를 16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혔다. 당시 일행은 밤 9시께부터 적포도주와 맥주를 섞어 마셔서 모두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두 기사가 가벼운 입씨름을 벌이다가 느닷없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바둑계에서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자가 류시훈이라는 점에서 혹시나 민족 감정 문제라도 개입되어 있지 않나 하고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단순한 취중 사고인 것으로 밝혀지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원래 고바야시 9단은 겸손하고 싹싹한 성품으로 인간 관계가 좋아 세계 바둑계에서 매너 좋기로 소문난 기사. 류 7단과도 평소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단 하나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도 과음에서 비롯된 '실수'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많다. 한데 이 같은 '단순 사고'가 뜻밖에 세계 바둑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최근 중국에서 바둑붐이 워낙 강하게 일고 있어 국내외 유명 기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일본기원 및 대회 관계자들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적당히 덮으려 했지만 현지 경찰에 신고가 들어 가고 중국 언론에서 연일 속보를 보도하는 바람에 국제적인 뉴스가 된 것이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이날 술자리를 같이 했던 일본 기사들이 다음날(28일) 열린 2회전에서 약속이나 한 듯 모조리 져 버렸으니 일본 바둑계에서 대회 기간 중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린 기사들의 정신 자세에 대한 비난이 인 것은 불문가지. 결국 일본기원은 귀국 후 고바야시 9단에게 1년간 근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고바야시 9단은 스스로 잘못을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아예 바둑계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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