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전국을 주름잡았던 폭력조직의 수괴급 간부가 조직폭력배로서는 최장 기간인 20년동안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최근 만기 출소, 검찰과 국정원에 비상이 걸렸다.27일 검찰과 국정원에 따르면 폭력조직 양은이파에서 서열 3위까지 올랐던 K(46)씨가 23일 20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양은이파의 두목이었던 조양은씨의 오른팔이자 분신으로까지 알려진 K씨는 1980년 대로변 등에서 다른 조직 폭력배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신군부에 연행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으로 감형됐다.
검찰과 국정원이 K씨 출소에 잔뜩 긴장하는 것은 80년 당시 K씨가 두목 조씨를 보호하기 위해 '충성'을 다했는데도 조씨가 자신과 부하, 가족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며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
특히 89년 범죄와의 전쟁 등으로 국내 3대 폭력조직이 사실상 와해되고 최근 양은이파 부두목 오모씨, OB파 부두목 김모씨, 범서방파 부두목 이모씨 등 2인자들이 검찰에 줄줄이 구속된 상황에서 각 지역 폭력조직들이 전국 폭력배중 가장 서열이 높은 K씨 밑으로 들어와 세력을 규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 K씨 출소 당일 교도소 주변에 건장한 체격의 10여명이 '인사'차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K씨는 아직 폭력세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라 항상 감시 대상이 되겠지만 K씨가 수감기간에 컴퓨터를 배우고 옥중결혼까지 한 점으로 볼 때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새 삶을 개척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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