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동안 무대 및 영상 예술의 성과를 돌아보고, 창작자들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내는 제3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29일 오후 6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척박한 풍토에서 예술의 한 길을 걷고 있는 예술인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이고, 그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무대와 영상 예술의 균등한 발전에 기여해온 지 벌써 37년.
'문화의 세기' 인 21세기에 우리의 무대와 영상 예술을 이끌어 갈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야말로 또 하나의 예술축제이다. 올해 그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영화 - JSA·오!수정등 작품상 경합 女 주연 전도연·이영애 후보에
1999년 '쉬리'의 영광이 엊그제 같은 데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는 또 다시 신화를 만들었다. '쉬리'가 남북 대치상황의 서글픈 젊은이들의 사랑을 첩보 액션물로 그렸다면, '공동경비구역 JSA'는 휴먼 드라마로 접근했다.
남북 병사의 비밀스런 조우. 영화가 기획됐을 때만 해도 '과연 상영될 수는 있을까' 반신하던 상황이 남북의 화해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반전됐다. 전국 관객 590만명.
홍상수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으로 일상성과 실험성 짙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그의 세번째 작품인 '오!수정' 은 흑백화면에 두 화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방식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에 대한 절묘한 환상과 사실을 그려냈다.
'리베라 메' (감독 양윤호)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재난영화에 취약한 우리 영화계에서 새로운 소재에 과감히 도전했다는 데서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세 감독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최우수 연기상 경쟁도 치열하다.
송강호('공동경비구역 JSA'), 최민수('리베라 메'), 이병헌( '번지점프를 하다') 그리고 전도연('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영애 ('공동경비구역 JSA'), 서정 ('섬')이 각각 남녀 최우수연기자상 주인공 후보이다.
영화의 뿌리인 시나리오 부분은 고은님('번지점프.') 류승완('죽거나 나쁘거나') 현충열 여지나('리베라 메')씨가 후보에 올랐다.
●연극 - '흉가에 볕들어라' '마르고 닳도록' 3개 부문서 경합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연극 동네는 유독 힘들었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의 여파로 관객이 확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연극은 무대에 올라갔다. 이번 수상 후보작과 연극인이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혹한을 이겨낸 대견함 때문일 것이다.
작품상에는 극단 인혁의 '흉가에 볕들어라'(이해제 작, 이기도 연출), 국립극단의 '마르고 닳도록'(이강백 작, 이상우 연출), 극단 연우무대의 '이'(김태웅 작ㆍ연출), 극단 학전의 '의형제'(김민기 번안ㆍ연출)가 후보로 올라 있다.
이중 '마르고 닳도록''이''흉가에 볕들어라'는 작품상 뿐 아니라 희곡상과 연출상(신인 연출상 포함)까지 3개 부문에 나란히 후보로 올라 경쟁이 치열하다.
연극의 꽃인 배우에게 최고의 영예가 될 최우수 연기상을 놓고 '브리타니쿠스'의 이상직, '의형제'의 김효숙 등 남녀 배우 각 3명이 겨루고 있다.
한편 신인 연기상에는 '에쿠우스'의 최광일, '미친 키스'의 이혜원 등 남녀 각 3명이 후보로 올라 스타 탄생을 앞두고 있다.
연출상은 이상우('마르고 닳도록'), 오태석('태'), 김민기('의형제'), 채승훈('햄릿 머신')이 경합하고, 희곡상은 신진과 중견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중견 작가 이강백(마르고 닳도록')이 신예 이해제('흉가의 볕들어라')와 김태웅('이')의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김태웅은 김동현('맥베드, The Show'), 이기도('흉가에 볕들어라')와 더불어 신인 연출상까지 다투고 있다.
●TV - '아줌마' 작품상등 4개부문에 女연기장상 중견배우 독차지
어느 해 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부문별 후보로 올라온 프로그램들은 한결같이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개인상 후보자들은 열연과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후보로 올라온 TV 부문별 판세를 보면 드라마는 MBC, 교양은 KBS, 예능은 SBS가 각각 강세를 보여 방송위원회의 최근 시청자의 장르별 채널 선호도 조사 결과와 일치했다.
가장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 드라마 부문 작품상이다. 아줌마 신드롬을 일으키며 새로운 기혼 여성상을 수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MBC '아줌마', 산동네를 배경으로 가난하면서도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여성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KBS '바보 같은 사랑', 창사 10주년 특집 드라마로 혼자된 아버지와 네 자녀의 가족의 정을 따사롭게 그린 SBS '은사시나무' 가 겨룬다.
'아줌마' 는 남녀 최우수연기상(강석우 원미경), 극본상(정성주)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젊은 남녀의 슬픈 사랑을 그린 KBS '가을동화' 는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연출상(윤석호), 신인남녀연기상(원빈, 송혜교) 극본상(오수연) 등 4개 부문 후보에 포함됐다.
가장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부문은 여자 최우수연기상 부문이다. 예년과 달리 중견 연기자들이 후보를 독차지 했다.
아줌마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했던 '아줌마' 의 원미경, 1940~ 1980년대를 배경으로 파란 많은 삶을 살아온 어머니 역을 연기한 SBS '덕이' 의 고두심, '바보 같은 사랑' 에서 남편에게 버림받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 역을 잘 소화한 배종옥이 연기상을 놓고 겨룬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놓고 KBS '태조 왕건' 의 김영철, MBC '아줌마' 의 강석우, SBS '불꽃' 의 차인표의 삼파전.
예능 부문에선 '출발 드림팀' 등으로 시선을 모은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와 남녀 개그맨의 재치 대결이 돋보인 MBC '코미디 하우스', 가짜와 진짜를 섞어놓고 진짜를 가려내는 SBS '진실게임' 이 작품상을 놓고 경합한다.
코미디 부문 남녀 최우수 연기상 후보는 KBS '개그 콘서트' 의 백재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의 김용만, SBS '좋은 친구들' 의 박수홍, 여자 후보는 MBC '전파 견문록' 의 박경림, KBS '개그 콘서트' 의 김미화, SBS '진실게임' 의 이성미 등이 올라 누가 받아도 좋을 듯.
교양부문에서는 환자와 의사들의 애환을 담은 KBS '영상기록 병원 24시', 현대사에 묻혀진 사건을 조명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요즘 중고생들의 충격적인 문화와 생활을 추적한 SBS '10대의 반란' 이 작품상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인다. 부문별 후보
박은주기자
jupe@hk.co.kr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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