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투구에 맞아 새가 즉사한 희기한 사건(?)이 메이저리그에서 발생했다. 25일 (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7회초 샌프란시스코 공격.마운드에는 '거인' 랜디 존슨이 서 있었고 타석에는 캘빈 머리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듯한 빠른 공이 손을 떠난 순간, '퍽' 소리와 함께 깃털 몇 개가 투수와 포수 사이의 공간에 날아올랐다.
그라운드서 노닐던 부부 비둘기 가운데 한 마리가 즉사한 것. 150㎞가 넘는 광속구에 맞아 운명을 달리한 비둘기는 오른쪽 대기타석 근처에 떨어졌고 짝을 잃은 다른 한 마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백스톱(포수뒤 그물망) 부근으로 황급히 날아갔다.
희한한 광경을 처음 본 알폰소 마르케스 구심은 노카운트를 선언했다. 졸지에 한 생명을 빼앗는 바람에 충격을 받은 존슨은 연달아 2루타 두 개를 맞고 2실점했다.
1984년 7월6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도 리키 핸더슨의 타구를 먹이로 착각한 매가 공을 낚아채려다 변을 당한 경우가 있다. 핸더슨은 이때부터 '킬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이석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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