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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 사전 /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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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 사전 / 깍두기

입력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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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무로 만든 김치의 한 가지(동아출판, 새국어사전)■새 정의: 험상궂은 인상의 남성, 이쪽 저쪽 모두에 끼워주는 사람

■용례: 저기 깍두기 간다. 너, 이번 놀이에서 깍두기 해라

영화 ‘친구’에 이어 ‘신라의 달밤’이 흥행에 성공했다. 아마도 요즘 한국 영화는 폭력성을 가미해야 많은 사람이 찾나 보다. ‘주먹을 잘 쓴다’는 것.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잘 쓰고, 잘 나가던 친구들은 어느 촌스러운 사람 이름이 붙은 조직에 들어가 폭력배가 됐다.

용팔이파, 덕칠이파. 우리는 그들을 약간의 두려움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더해 ‘조폭 똘마니’라고 불렀다.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사람들이 조폭을 그리 무섭게 여기지 않는 세상인가. 까만 양복과 상체에 딱 달라붙는 셔츠, 불룩 나온 배아랫쪽으로 걸쳐있는 허리띠, 그리고 짧고 모나게 깎은 머리칼.

전형적인 조직폭력배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수군수군 그들을 손가락질 한다. “저기 깍두기 간다.”

원래 깍두기는 무김치의 일종. 2~3㎝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무를 잘라 갖은 양념에 국물이 잘잘 흐르도록 만든 김치였다.

설렁탕이나 갈비탕을 먹을 때 빠지지 않는 반찬 한 가지가 깍두기 아니었던가. 깍두기에는 물론 다른 의미도 있었다.

어린아이들의 놀이문화 속에서 ‘어느 편에든 끼워준다’는 뜻으로 깍두기를 써왔다. 고무줄 놀이, 술래잡기에서 인원이 홀수가 됐을 때 남는 한 사람에게 우리는“야, 이번에는 네가 깍두기 해”라고 말한다.

어감과 생김새가 작고 귀여운 깍두기.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험상궂은 용모의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됐다.

대학생 김철원(25)씨는“최근 여러 영화에서 조직폭력 세계를 희화화해 다루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특징적인 모습을 빗대 깍두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며 “아마도 폭력물이 우리 주위에 만연하면서 두려움과 비아냥이 섞인 단어로 의미가 확대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깍두기는 꼭 폭력배만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길을 가다 인상이 험악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비슷한 분위기와 맞닥뜨릴 때 쓰는 일반명사가 됐다.

아마도 ‘깍두기’ 언론과 ‘깍두기’ 정치권이 판치는 시국이 깍두기의 귀여운 맛을 앗아간 요인 중 하나 아닐까?

이제는 풍자와 염세만이 살아 남고, 귀여운 단어 ‘깍두기’가 제 뜻을 되찾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이 ‘깍두기’ 같은 세상 때문에.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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