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을 계기로 이란의 보수파가 득세하면서 개혁파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사법부와 성직자등 보수세력들은 부시대통령 발언 직후 하타미 대통령의 대미 유화정책과 개혁추진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안이 번번이 좌절되자 급진개혁세력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8일 “이란이 악의 축으로 지목된 후 보수강경파들이 대미 유화정책과 개혁을 추진해온 온건개혁파 축출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타미 대통령 집권 2기출범 후 가장 심각한 권력투쟁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말 사법부 모독혐의로 실형을 받고 구속됐던 호세인 로크마이안 의원이 3주만에 석방됐지만 같이 유죄판결을 받았던 2명이 풀려나지 않았고 또 10 여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체포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장간네 석유부장관, 노르바크쉬 중앙은행장, 자한지리 광공업부장관 등이 개혁파 요인들이 업무상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것도 보수파들의 반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사법부가 소환대상으로 삼고 있는 개혁파 의원들은 60 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에는 하타미 대통령의 동생 모하마드 네자 하타미, 메흐디 카루비 국회의장,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동생인 하디 하메네이 등도 포함돼 있어 앞으로 처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BBC방송은 최근 이란 보수파들은 미국과의 화해에 대한 기대가 모두 허상에 불과한것이며, 악의 축 발언후 미국의 강경기류는 개혁파가 추진하는 대화와 국내 민주주의 프로그램이 부적절하다는 증거라고 몰아부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온건개혁파들은 강경파들이 미국의 제한된 공격을 유도하면서 반미감정을 개혁운동 탄압에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은 하타미 대통령을 향해 “슬로건이 아닌 행동을 취하라”고 압박하면서 하세미 샤루디 대법원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보수ㆍ개혁파 갈등이 극한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대미 비판에 편승한 보수파들과 하타미 대통령에게 실망한 급진개혁세력의 충돌 우려가 어느때보다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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