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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고원인 밝혀 재발방지를

입력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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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중국 국제항공공사 여객기의 기장과 승무원 중 일부가 살아 있어 사고원인 규명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블랙박스도 수거됐으므로 원인조사에 큰 장애는 없을 것 같다.

블랙박스는 일부가 불에 탄 상태여서 해독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기장이 살아 있으니 본인을 위해서나 사고조사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사자의 심경이야 오죽하랴만 한국과 중국 미국 등 3개국 전문가들이 공동참여하는 합동조사에서 사실대로 경위를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사고원인이 기장의 잘못처럼 보인다. 기상이 극도로 나쁜 상태에서 선회비행을 하다가 선회지점을 놓친 것이 주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당일 우리 국내선은 운항을 포기했고 16일에도 결항사태가 빚어질 만큼 기상이 나쁜데 사고기는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

처음 생각대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더라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장은 지난 해 부기장에서 승진했고 나이도 31세로 매우 젊다.

김해공항 취항 경험은 5번 정도라고 한다. 나라마다 항공인력 양성과정이 다르므로 시비할 일은 못되지만, 좀더 노련하고 경험 많은 기장이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러나 관제탑과의 교신과정에 오해가 없었는지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기장의 잘못인가, 기체결함인가, 아니면 순전히 불가항력적인 악천후 때문인가, 공항 자체에 문제점이 없었던가 여부는 보상을 비롯한 사고처리에 대단히 중요하다. 다툼의 여지도 많다.

대체로 우리측은 기장의 잘못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중국측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5년 전에 발생한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는 사고기와 관제탑 양측에 동등한 책임이 있다는 결정이 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이번 사고도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 불필요한 마찰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고조사 등의 기능이 약해 항공안전 2등급국가로 떨어졌다가 겨우 1등급을 회복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항공사고 조사역량을 측정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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