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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28)통일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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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28)통일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입력
2002.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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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24일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 신문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내년 1월 말 민자당 공천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 활동을 시작하겠다.” 정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여겼던 정 회장의 신당 창당이 공식 선언된 셈이다.

정 회장이 내게 정치 입문을 권유한 지 불과 이틀 후에 터진 일이었다.

정 회장이 “정치 한번 해봐라”고 했을 때만 해도 나는 그 ‘정치’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정 회장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안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 회장은 “강부자(姜富子)와 최불암(崔佛岩)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해 나는 진짜로 문화센터 강사 추천인 줄만 알았다.

세상에 누가 코미디언이나 탤런트에게 국회의원이 되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이후 사정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어렴풋이 정 회장이 나보고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또 “내가 정치인이 된다면 어떤 식의 인생이 펼쳐질까”라는 막연한 상상도 했다.

어쨌든 정 회장은 92년 1월4일 “이 달 중순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가진 후 이 달 말 신당 창당전당대회를 갖겠다”고 밝히면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92년 1월10일. 서울 종로구 평동 서진빌딩에서 통일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정 회장이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됐고 김광일(金光一) 당시 무소속 국회의원, 양순식(楊淳植) 전 평민당 부총재 등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바야흐로 신당의 모양새가 점차 갖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 발기인대회에 참석했다. 152명의 발기인 명단에 내 예명 ‘이주일(李朱一)’이 실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번 발기인대회에 각계각층에서 사람들이 참석하니까 주일이도 연예계를 대표해서 와달라”는 정 회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것뿐이었다.

실제로 당시 발기인 명단에는 정치에는 별 뜻이 없었던 사람도 꽤 포함돼 있었다.

방송작가 김수현(金秀賢), 씨름선수 이만기(李萬基), 국악인 안비취(安翡翠)씨 등 그야말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그 많은 각계각층의 사람 중 한 명으로 참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발기인대회 이후 나는 언론에 의해 완전히 ‘정치에 뜻을 굳힌 사람’이 돼 버렸다.

모든 언론이 내가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식으로 연일 대서특필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정 회장 고향인 강원도 통천이 내 고향인 강원도 고성과 가까워 그냥 참석한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질 않았다.

이후 언론은 항상 나보다 한 달 이상씩 앞서갔다.

이때부터 자기네 지역구에서 출마하라는 제의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들어왔다. 강원도 강릉 속초, 경기도 성남 구리 등 10군데가 넘었다.

서울 위성도시에 산다는 한 주민은 내게 전화를 걸어 “제발 우리 지역구에 출마해달라”고 사정까지 했다. 정작 정 회장은 내게 지역구 공천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정 회장이 나를 ‘안가’(서울 청운동 자택)로 불렀다. 2월8일 통일국민당 중앙당 창당대회 훨씬 전의 일이다.

그는 불쑥 “이왕 내친 김에 진짜 정치를 해보지 않을래?”라고 물었다.

“내가 모든 걸 책임질게”라는 말도 했다. 이 말을 듣자 비로서 ‘이러다 내가 진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군데서 외압이 들어온 것도 이날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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