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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65)연예인 어제와 오늘(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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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65)연예인 어제와 오늘(中)

입력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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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양석천(梁錫天) 선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내가 양석천 양 훈(楊 薰) 배삼룡(裵三龍) 윤왕국(尹王國) 명 진(明 珍) 등 5명으로 구성된 ‘오향쇼’를 따라 다니던 1960년대 말의 이야기이다.

당시 쇼단의 규율은 군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엄격했다. 선배들이 분장실에 앉아 있으면 나 같은 신참들은 화장실 옆에 서 있어야 했다.

혹시 뭔가 급한 심부름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묵던 여관방은 대부분 나무를 때는 온돌방이었다. 옛날 온돌방은 저녁 때 한번 불을 때면 다음날 아침 밥 지을 때까지 불을 때지 않아 새벽에는 냉방이 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뜨끈뜨끈한 아랫목은 선배들 차지였다. 하루는 후배 중 하나가 선배를 골려 주자고 아이디어를 냈고 그 희생양이 바로 양 선배였다.

그 후배는 변소에 가서 긴 막대기 끝에 오물을 묻혀왔다. 그리고는 양 선배가 덮고 자는 이불 가장자리, 그것도 입과 코가 닿는 부분에 살짝 오물을 발라놓았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모두들 총알같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양 선배는 점잖게 후배들이 깔아놓은 이부자리에 몸을 뉘었다.

얼마 후. “야, 여기 화장실이 어느 쪽이냐?” 양 선배의 이 말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우리들은 웃음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후배는 “저쪽인데요”라고 일부러 방 입구쪽을 가리켰다. 할 수 없이 그대로 자리에 누운 양 선배는 오래지 않아 벌떡 일어났다. “야, 너네들, 똥 냄새 안 나냐?” 결국 양 선배는 그 후배와 자리를 바꿨고 후배는 오물 묻은 부분을 발끝으로 돌리고는 편안히 잠을 잤다.

친구 코미디언 방일수(方一秀)와는 이런 일이 있었다. 60년대 중반 하춘화(河春花) 쇼를 따라다닐 때의 일이다.

여관방에 묵고 있던 어느날 나는 너무 심심해 일수에게 커피 석 잔을 시키라고 했다.

그리고는 선글라스를 쓴 다음 나를 필리핀의 유명한 역술가로 소개하라고 했다. 얼마 후 청승맞게 생긴 다방 레지가 물통과 커피 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일수의 능청이 시작됐다.

“어이, 아가씨. 이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지? 필리핀에서 아주 유명한 점쟁이인데 사람 팔자를 정확히 알아 맞추는 족집게라고. 잘 모셔!”

나는 때를 맞춰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몇 마디를 내뱉었다. 쇼 무대 콤비였던 일수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아가씨, 이 분 말씀이 당신 부모 덕이 어지간히 없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을 거라고 하는군. 맞지?”

청승맞은 레지의 얼굴로 봐서 안 맞을 리가 없었다. 그 여자는 “국민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어요”라고 답했다.

“지난번 구례에서 한 아가씨가 이 선생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가 시집을 갔다구. 그것도 학교 선생님에게”라는 일수의 너스레가 계속됐다.

나는 ‘히프’라는 말을 섞어 또 뭐라고 중얼거렸다. 일수의 능청맞은 해석.

“선생님이 아가씨 오른쪽 엉덩이에 점이 몇 개 있을 거라고 하는데. 그게 아가씨 운세를 가로막는다고 하는군. 어디 한번 볼까?”

결국 그 레지는 반신반의하면서 팬티를 내렸고 우리는 속으로 킬킬거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감상했다.

물론 이 사기극은 몇 시간 후 그녀가 다시 다른 단원의 커피 주문으로 우리 여관을 찾아오면서 들통이 났다.

그때 마침 조금 전 일을 까발리며 박장대소하는 우리와 마주쳤던 것이다. 우리 둘이 백배사죄하는 것으로 겨우 무마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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