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시장에 뛰어들려면 최소한 10번은 생각하세요."여의도 증권가에 머니게임 성격의 '선물·옵션 전쟁'이 한창이다. 증권산업 구조개편과정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려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장기 침체장에서 원금을 까먹은 개인들의 '한탕심리'를 노려 앞다퉈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투기심리와 중소형 증권사의 마케팅 공세가 결합해 선물·옵션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며 "하지만 개인들이 섣불리 뛰어들다간 증권사의 배만 불려준 채 쪽박을 차기 십상"이라고 경고한다.
▶선물·옵션 마케팅경쟁 치열
국제선물업자협회(FI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주가지수 선물·옵션 거래량은 1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7월 중 거래대금은 선물이 336조, 옵션은 23조. 특히 이 중 개인투자 비중이 60%를 넘는다. 이렇게 선물·옵션시장의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위탁수수료 비중이 크게 늘어나자 증권사들의 시장 선점경쟁도 치열해졌다.
현재 선물시장은 동양종금과 대신증권이 2강 체제를 구축했고, 삼성 LG투자 대우 현대 서울 미래에셋증권 등 후발주자들이 맹렬히 추격하는 양상이다. 옵션시장엔 아직 절대강자가 떠오르지 않은 채 미래 동양 현대증권 등이 고만고만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선물·옵션 고객유치를 위해 내놓은 전략은 수수료 인하, 전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개설 등. 동양종금증권이 지난해 수수료를 당시 업계 최저(선물 0.002%, 옵션 0.15%)로 내린데 이어, 동부 삼성 현대 굿모닝 대신 교보증권 등도 온라인 선물·옵션 수수료 인하에 가세했다. 키움닷컴 대신 동양종금증권 등은 선물·옵션 수수료 비중이 전체 수익의 2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또 4월 업계 최초로 선물·옵션 전용시스템 '고수'를 선보였고, 미래에셋과 키움닷컴도 전용 HTS를 내놓았다. 대우와 동원증권은 선물·옵션 기능을 강화한 HTS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했다.
투자설명회, 실전투자대회와 같은 이벤트도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전산 용량 확충이나 보안대책 강화 등 사전 준비없이 지나치게 편의성만 내세워 고위험이 따르는 파생상품의 매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위험관리 등 투자원칙 세워야
현물 주식은 장의 흐름에 좌우되지만, 선물과 옵션은 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싸움이다. 이론적으로 장을 제대로 읽으면 수백 배의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잘못 예측하면 원금의 수백 배를 물어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금과 정보가 뒤진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애초부터 선물·옵션시장을 기웃거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굳이 투자를 하겠다면 철저한 위험관리 등 몇 가지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우리증권 김병웅 선물옵션팀장은 "수익보다 생존이 중요한 만큼 이상 징후가 엿보이면 과감하게 손절매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개인들이 증거금 관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요행을 바라고 투자해서는 무조건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업무규정 숙지는 기본이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시장사이클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기가 3개월, 1개월로 초단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투자운용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최근 현물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 증권사의 주수입원인 주식 수수료가 격감하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처럼 개인들이 겁 없이 파생상품시장에 덤벼드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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