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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란 누구인가/"남다른 창의성·감성 있어야 진짜 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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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란 누구인가/"남다른 창의성·감성 있어야 진짜 영재"

입력
200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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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다른 이들이 간과하는 것에 집착한다. 신의 선물을 받은 이들, 이른바 영재는 과연 어떻게 다를까?26, 27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과학영재교육학술대회(주최 과학기술부)는 다시금 '영재의 특성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맸다. 이 자리엔 수학, 물리, 아동교육, 심리학자 등 세계적 영재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 시종 뜨거운 열기를 분출했다.

능력 창의력 집착력

미 국립영재교육연구소의 조셉 렌줄리 소장은 기조강연에서 영재의 특성으로 평균이상의 능력(지능) 창의성 과제집착성 등 '세 고리 개념'을 제시해 공감을 얻었다. 그는 "알고 있는 지식과 전략을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 창의성"이라며 "배운 지식을 변형하고 문제를 창출해서 창의적 산출물을 내는 아이가 영재"라고 말했다. 학교성적이 좋은 아이는 학업영재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꼭 창의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문제해결 도중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줄 모른다면 그는 영재가 아니다.

미국 영재교육계는 영재를 폭넓게 수용하면서 개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찾도록 하는 것에 비중을 둔다. 배우기 싫은 학교교육이나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에 매몰되는 영재는 학업 자체에 흥미를 잃게된다는 판단에서다. 전체 학생의 15∼20%를 영재교육 대상으로 삼고, 정규교육과정에서 심화학습을 통해 영재를 계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재는 다르게 느낀다

세기의 천재로 꼽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답이란 정확함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가 복잡한 사고과정을 수식으로 단순화한 결과 'E=mc껯'이라는 결론을 얻었을 때 거의 황홀함을 느꼈을 것이다. 호주 플린더스대학의 마리아 맥켄(전 아·태 영재학회 회장) 교수는 "영재는 일반인과 다르게 사고할 뿐 아니라 감성적으로 다르게 느낀다"고 강조한다. 즉 영재의 특성으로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외에 감성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 그는 "느낌과 감정 역시 뇌의 사고활동"이라며 "감성적 사고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영재는 질문하는 것에 열정을 갖고 있고, 상반된 입장의 논쟁을 즐기며, 비주류적 관점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또 과학적 발견이 윤리·도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데에도 관심을 갖는다.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영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문제풀이 사례를 들어보자. 러시아 갈페린 학파의 딸리지나 니나(모스크바대학) 교수가 발표한 성냥개비 문제가 있다(그림 참조). 6개의 성냥개비를 써서 4개의 똑 같은 정삼각형을 만들라는 문제다. 보통의 아이들은 성냥개비를 반씩 부러뜨려 만들거나(사례1), 평면에서 만들려 애쓴다(사례2). 사례1은 6개의 성냥개비를 쓰라는 문제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사례2는 평면이라는 한계가 문제 속에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제한하는 실수를 했다. 영재성을 가진 학생들(사례3)은 입체 공간이라는 창의적 발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창의적 발상이 가능한 이유는 영재는 삼각형이 3개의 변과 꼭지점으로 이루어진다는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나 교수는 "학생들에게 예각, 직각, 둔각을 가르치는 대신 2개의 변이 구성하는 공간을 가르침으로써 각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인송담대학 유아교육과 이순주 교수는 "영재성의 중요한 특징은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계획을 세우는 '전략설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풀이와 창의성은 다르다

평범한 학생도 잘 배우면 문제푸는 요령을 터득한다. 그러나 창의성은 여전히 다른 문제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영재교육연구실장은 국내 수학경시대회 수상자를 대상으로 흥미있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개념을 엄밀하게 이해하는 논리·비판적 사고능력에서는 상위 0.4% 이내의 뛰어난 성적을 보였지만 마음의 저장고에 저장된 전략을 적절히 찾아내 적용하는 '확산적사고'에서는 상위 37%에 간신히 포함되는 학생도 있었다.

조 실장은 "확산적 사고는 다양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려는 노력으로서 호기심, 모순·갈등·애매모호함에 대한 개방성, 모험하기, 상상과 유머, 건설적 해결책 찾아내기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영재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학경시대회 수상자들조차 문제풀이 능력과 창의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위원장인 폴란드 발데마 고르즈코프스키 박사는 "이미 나온 문제는 학습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며 "일률적인 시험보다 학생과 밀착한 교사의 관찰이 영재 판별에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희원기자 hee@hk.co.kr

■美 영재교육연구소장 렌줄리

영재교육학술대회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조셉 렌줄리(사진) 미 영재교육연구소장은 "영재는 볼펜과 같이 작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로 제조업, 마케팅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개인과 국가를 풍요롭게 한다"고 영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영재는 어떻게 판별할 수 있나?

"한가지 정보로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단계의 능력검사가 필요하다. 아이를 오래 관찰한 교사가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성, 즉 창의성과 과제집착성, 특정한 영역에 대한 흥미 등을 측정해야 한다. 아이가 생산한 결과물도 봐야 한다. 또 각 분야 전문가의 평가도 중요하다."

―어느 연령에서 판별이 가능한가?

"5∼6세가 되면 부모들이 언어이해력, 표현력, 수에 대한 이해력 등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판별되는 게 일반적이다. 유아 단계에서 재능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극소수다."

―미국 영재교육에서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데.

"지능검사(IQ)로 영재냐 아니냐를 구분한 오류가 있었다. 또 최상의 한가지 교육방법이 있다는 생각도 잘못이었다. 한때 영재를 분리해서 교육할 것이냐, 아니면 정규교육 과정을 통해 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영재의 특성에 따라 가르치는 방법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여긴다."

―영재교육에서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영재가 과학계 뿐 아니라 정·관계와 경제계 등 사회 모든 영역의 지도자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지도자는 사회적 가치를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정의실현,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이바지해야지 자신의 물질적 욕구 탐닉에 써선 안 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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