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 했다."(김인섭)"다음에 더 잘할 게."(김정섭)
형만한 아우는 없다지만 형제의 우애는 아름다웠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84㎏급 결승이 끝난 3일 양산 실내체육관. 일본의 마츠모토 신고와 연장까지 가는 8분 혈투 끝에 김정섭(27)이 3―4로 역전패하자 말을 잃은 동생에게 맨 먼저 위로를 보낸 사람은 형 인섭(29)이었다. 인섭은 이날 금메달로 대회 2연패와 함께 12월1일 백년가약을 맺는 동갑내기 박진유씨에게 값진 결혼선물을 선사하게 됐지만 동생의 분패가 못내 아쉬워 애써 기쁨을 참았다.
경북체고 시절, 유도에서 레슬링으로 종목을 바꾼 인섭을 따라 동생도 레슬링을 시작, 대학교(경성대) 직장(삼성생명)까지 똑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형제의 희비는 이번에도 엇갈렸다. 1995년 대표로 뽑힌 인섭이 98년 세계선수권 제패,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섭은 98년 아시안게임 동메달 말고는 국제대회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형의 선수생활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대회에서는 기량이 향상된 동생과 형의 동반우승이 점쳐졌지만 결과는 너무 안타까웠다.
결승 승부도 대조적이었다. 인섭은 66㎏급 결승에서 1라운드에 코보노프(키르기스스탄)에게 선취점을 내줬지만 2라운드들어 얻어낸 파테르를 점수로 연결시켜 3―1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정섭은 마츠모토에게 1라운드 1분20여초 만에 옆굴리기로 3점을 먼저 얻고서도 2라운드에서 가로들기를 당해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전에서는 급격한 체력저하로 역습을 당해 아쉽게 패했다.
두 아들을 응원하던 어머니 최위선(49)씨는 "1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할 때 부모가 고생하는 것을 알고 묵묵이 운동에만 전념해준 아들들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동반 금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너무 자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이날 그레코로만형에서 3명이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84㎏급의 김정섭과 120㎏급의 양영진이 은메달을 보탰다. 북한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55㎏급의 강영균이 은메달, 66㎏급의 김운모가 동메달을 땄다.
/양산=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