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0일 특별사면, 복권 조치에 대해 법조계에서 헌법취지와 동떨어진 사면권 남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소된 지 1년이 안된 비리사범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전형적인 정권 말기 선심쓰기라는 지적이다.■외환위기 등 주범 대거 면죄부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그룹 회장은 1997년 2월 2,000억원대의 횡령 및 사기, 32억5,000만원의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외환위기 촉발의 장본인. 정부는 "지병과 고령으로 인해 수감생활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으나 형기의 3분의 1을 간신히 채운 환란주범의 사면 이유로는 궁색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김선홍(金善弘) 전 기아그룹 회장도 고령에 심장질환 등의 지병악화를 이유로 잔형집행이 면제됐다.
이밖에 세풍사건 중요 관련자인 배재욱(裵在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특별복권시킨 점이나 문민정부 비리의 대표격인 전병민(全炳旼) 전 청와대 정책수석 내정자를 형선고 실효 및 특별사면·복권시킨 것도 적절치 못한 조치라는 비판이다.
■'제식구 봐주기'논란
김영재(金暎宰)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최일홍(崔一鴻)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 올해 5, 6월에야 기소된 비리사범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최 전 이사장은 이번 정권의 최대 비리의혹 중 하나인 타이거풀스 정·관계 로비의혹에 연루된데다가 1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은 터라 사면은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 정권 내 비리인사들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 차기 정권에 김홍업(金弘業)·홍걸 (弘傑) 형제의 사면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나친 사면권 남발 견제해야
법조계에서는 차제에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할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창우(河昌佑)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절실한 사정이 없는데도 현 정권 비리사범까지 사면해준 것은 지나치다"며 "정권이 말기에 너무 조급하게 사면권을 행사한 것 같다"고 지적했고,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나 법원 동의를 거쳐 사면대상을 선정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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