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2000년 대북송금 사실을 사후 보고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특검제 도입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배석한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통일 특보는 국정원 계좌를 이용한 대북송금 의혹을 부인했고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은 외교관례상 대북접촉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2000년 현대의 대북 5억 달러 송금 사실을 보고 받았나.
김 대통령 "나는 당시 정상회담이 성공할 지 확실치 않아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현대 관련 보고를 잠깐 들은 기억이 있다. 이미 이루어진 일이고, 남북평화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큰 이의를 달지 않았다."
―특검제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김 대통령 "법률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이미 표시했다. 앞으로도 정치권에서 남북관계와 국익을 생각해 그런 방향에서 선처해주길 바란다."
―송금편의 제공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송금 편의의 구체적 내용은.
임 특보 "현대가 환전 편의 제공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고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이후 어떻게 됐다는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 당시남북정상회담 1주일 전으로 회담에 전념하고 있어 돈이 (북한으로) 갔는지도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당시 내가 보고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께 보고하지도 못했다. 환전편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좋지 않을 것 같고, 또 잘 모르고 있다."
-책임진다고 했는데 검찰이나 특검 조사에 응할 것인가.
김 대통령 "아까도 말했듯이 이 문제는 법률적으로 다루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내가 책임질 일은 책임진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국회에서 2000년 3월 싱가포르 방문이 개인적 용무라고 주장했다.
박 실장 "대통령을 보필하는 비서실장으로서 한 없는 죄송한 말씀을 먼저 올린다. 나는 당시 싱가포르에서 북측의 송호경 아태부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북측에선 국정원이 개입하지 말도록 촉구해 내가 특사로 결정됐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때는 북한이 내가 대통령의 측근임을 확인하고 상견례만 하는 자리였다. 한마디로 정상회담의 탐색전이었다. 그러나 그 쪽에서 비공개를 요구했고, 나도 앞으로의 국면이 확실하지 않아 확인해줬다. 이것은 외교 관례상 지켜질 수 밖에 없어 국회 질문 시에도 말씀드릴 수 없었다."
―현대가 환전서비스 제공을 요청할 때 무슨 명목이었는가.
임 특보 "당시는 6월 초였는데 이미 현대와 북측간에 7대 경협사업이 합의되고 권리금으로 5억 달러를 제공키로 한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대가 약속한 시간에 송금하는데 절차상 문제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된 다음 이 문제를 협의했나.
김 대통령 "당선 이후 노 당선자와 청와대에서 첫번째 만났을 때 이 얘기가 잠깐 나왔다. 내가 자세한 것을 모르니까 구체적인 것은 임 특보를 보내 설명토록 하겠다고 했다. 임 특보가 나중에 노 당선자를 만나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동해선 연결 등을 타결했을 때도 북한에 금전제공을 약속했나.
임 특보 "지난 해 4월이나 올 1월 대통령 특사로 방북했을 때 이런 문제가 논의된 바는 전혀 없다. 북측은 이것(대북송금)이 민간 차원에서의 경제협력이기 때문에 당국간에는 일언반구도 논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철저한 원칙이다. 당국간에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논의된 바 없다."
―2억 달러 송금에 국정원 계좌를 이용했나.
임 특보 "그렇지 않다."
―현대가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대출받은 경위와 외압 여부는.
임 특보 "그것에 대해 아는 바 없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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