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반도 주변 4국의 고위급 인사를 잇따라 만나 활발한 '취임 외교'를 펼쳤다. 노 대통령은 연쇄 회동에서 단순한 상견례에 그치지 않고 이들 나라가 북한 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자세를 보였다.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북일 문제가 잘 풀리면 한일간 교류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저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일본에서 부산, 그리고 러시아로 기차를 운행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한 문제는 단지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의 문제"라면서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주한미군 주둔 상황의 변화와 관련, "일부 언론과 비판적인 사람은 미국이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려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국민이 불안해 하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어려움이 있으니 사전에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이 첸지천(錢其琛) 중국 부총리를 만나서 중국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북 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역설한 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유엔의 결의에 의한 북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상원의장에게는 "북한에는 안보, 경제, 특히 경제중에서도 에너지 문제가 있는데 러시아가 이 문제에 있어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송경희(宋敬熙) 대변인이 전했다. 송 대변인은 그러나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에너지 공급 요청을 뜻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정확히 받아적지 못했다"면서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해달라"는 등 조그만 해프닝이 빚어졌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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