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이란 말은 마흔 다섯이면 정년 퇴직이라는 요즘 중년 세대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담은 속어다. KBS 2TV가 11일 밤 10시 방송하는 HDTV 문학관 '누구에게나 마음 속의 강물은 흐른다'(사진)는 이른바 5060세대가 느끼는 삶의 허망함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묻는다.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조국근대화' '수출역군'이라는 기치 아래 젊은 시절을 보냈으나, 지금은 가정과 직장에서 떠밀려 나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사는 사람들. 장인 정신 하나로 버텨온 방송사 촬영감독 경재(전무송)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내(김윤경)와 결혼 30년 만에 여행을 떠난 그는 느닷없이 이혼 요구를 받는다.
작품은 경재 부부의 여정을 축으로, 이혼 위기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삶을 중간중간 회상 형식으로 삽입했다. 운동권 아들의 죽음, 남편의 부재, 그리고 외도…. 오래 전부터 이혼을 생각했다고 고백한 아내는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사라지고, 경재는 자신의 삶을 곱씹어본다.
공지영의 단편소설 '길'을 원작으로 김병수가 극본을 쓰고 장기오 대PD가 연출을 맡았다. 촬영기간이 6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고,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HD화면 속에 잘 드러난 수작이다.
원작은 경재가 아내와 화해하는 것으로 끝맺지만 드라마는 명예퇴직을 완강히 거부하던 경재가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아내가 30년간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아내를 기다리기로 다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장 PD는 "황혼이혼을 소재로 했지만 작품 속에 담고자 했던 것은 50, 60대가 걸어온 인생역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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