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70%는 바다다. 그 바다를 쉴새 없이 흐르는 해류는 마치 지구를 순환하는 혈액과 같다. 이 해류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000년이나 된다.일본 근해를 지나는 거대한 해류인 쿠로시오의 경우 최대 속도가 초속 2m(시속 약7㎞), 폭 100㎞, 수심 1,000m나 된다. 이 해류는 일본 이누로바키의 앞바다에서 진로를 동쪽으로 바꾸고, 북태평양을 선회하는 환류의 일부가 되면서 2,000년 만에 지구 한바퀴를 도는 '오딧세이'를 시작한다. 지구의 혈액인 해류가 어떻게 만들어 지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본다.
바람과 바닷물 밀도차가 해류 만들어
쿠로시오처럼 거대한 해류는 왜 일어날까? 해류를 일으키는 원인은 바람의 힘과 바닷물 밀도의 차이 등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바람의 힘은 주로 깊이 1,000m보다 얕은 표층의 해류(표층류)를 만들고, 바닷물의 밀도차는 주로 1,000m보다 깊은 곳을 흐르는 심층류를 만들어 낸다.
표층류는 주로 편서풍과 무역풍에 의해 만들어진다. 편서풍은 북반구와 남반구 각각의 위도 30∼50도 근방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무역풍은 적도 근방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데 서로 방향이 다른 두 바람에 의해 표층에 있는 바닷물의 이동이 시작된다.
반면 심층류는 바닷물의 농도차에 의해 생성된다. 염분 등이 녹아 있는 물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또한 온도가 낮을수록 바닷물은 무거워지는 성질 때문에 바닷물의 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구가 회전을 하기 때문에 바다의 서쪽에 쿠로시오나 멕시코 만류 등과 같은 거대한 해류가 생긴다(바다의 동쪽에는 강한 해류가 생기지 않는다).
기후와 어장에 큰 영향
해류는 기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극지역에서 적도지역으로는 한류가 흐르고 적도지역에서 극지역으로는 난류가 흐른다. 바닷물은 데워지기도 어렵고 냉각되기도 어려운 성질이 있어 해류 순환에 의해 지구 전체가 기온이 같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만일 해류가 없다면 적도지역은 지금보다 훨씬 덥고, 극지역은 지금보다 추워질 것이다.
해류의 작용에 의해 위도가 같은 곳이라도 기후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적도에 가까운 아열대에서 데워진 난류인 '멕시코 만류'는 미국 동해안을 따라 북상, 유럽 연안에서 '북대서양 해류'로 이름을 바꿔 마침내 북극권의 노르웨이 연안에 도달한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는 북극권이라고 믿어 지지 않을 정도로 온난한 기후가 돼 겨울에도 바다가 결빙하는 일이 없다. 지구상에서 북위 60도 위쪽에서 바다가 얼지 않는 곳은 노르웨이 앞바다 뿐이다. 또 스코틀랜드 인바우이는 북위 58도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드나무 등 아열대 식물이 서식한다.
또한 해류로 인해 수산 자원이 크게 늘어나는 곳이 생긴다. 난류와 한류가 서로 만나는 경계점이나 부근 바다는 물의 온도나 염분 농도가 변한다. 따라서 난류·한류 양쪽 수역의 고기가 모여 들어 어장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 북동부의 뉴펀들랜드 섬 근해는 난류인 멕시코 만류와 한류인 래프라도 해류가 맞닿는 곳으로 대구·청어가 넘쳐나는 어장이다.
어떻게 측정할까
초기의 해류 관측법으로는 '표류 병'이 이용됐다. 이는 편지를 넣은 병을 많이 방류해 도착한 곳에서 그것을 주운 사람에게 그 편지를 돌려보내게 하는 관측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해류가 도중에 어떻게 흐르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이용해 '표류 부표'를 추적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 방법으로 해류의 도중 경로를 알게 됐다. 그러나 부표를 이용하는 방법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정확도가 떨어지고 표층류의 흐름 밖에 알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심층류의 흐름을 알아내기 위해 '중층 플로트'가 고안됐다. 중층 플로트의 무게를 조절해 측정하려는 층에 머물게 해 심층 해류의 흐름을 관측한다. 바닷물은 전자기파를 통과시키지 않아 음파를 이용했다. 현재는 중층 플로트를 전기로 작동시켜 바다 위로 떠오르게 만들어 인공위성으로 자료를 받는 '중층 프로파일링 플로트'가 사용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