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기한 후 사직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조건부로 승진을 시켜주는 정부부처의 이른바 '시한부 승진인사'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백춘기 부장판사)는 3일 통일부 별정직 3급 공무원이었던 하모(52)씨가 "수리되기 전에 사직서를 철회했음에도 '시한부 승진인사'를 이유로 의원면직을 강행한 것은 부당하다"며 통일부를 상대로 낸 의원면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승진대상 적격자가 아니었음에도 인사적체를 해소하겠다며 1년 정도 근무 후 사직 조건부로 승진시켜준 것은 승진적격대상자를 사실상 배제함으로써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과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무너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해당 인사명령이 인사적체를 해소해 후진들로 하여금 승진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취해졌다고 해도, 원고가 사직의 의사를 철회한 것이 공무원의 인사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통일부가 능력이 아닌 다른 편의적·자의적 판단에 의해 편법을 동원한 인사를 함으로써 공무원에 대한 인사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2001년 7월 단행된 인사를 앞두고 일반직 공무원과 별정직 공무원들이 경쟁하던 상황에서 같은 해 5월 하씨에게 "1년 정도 근무하다 사직할 의사 있다면 3급 정보분석심의관에 임용하겠다"는 '시한부 승진인사'를 제의했다. 하씨는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6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승진했지만 1년 후인 지난 해 9월 초 마음을 바꿔 사직원을 거부하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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