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다국적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 본사가 지난 주 장기 노사 분규를 겪고 있는 한국네슬레에 공장 철수 여부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노사 문제로 인한 외국 자본의 국내 철수 우려가 점차 현실화 하고 있다.한국네슬레는 3일 "지난달 26일 스위스 본사 지시에 따라 청주공장 철수에 대한 법률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며 "이에 따라 3일부터 서울사무소에 이어 직장폐쇄 지역을 청주공장과 전국 7개 영업지역본부 및 4개 물류 창고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네슬레 데이비드 맥다니엘 재무 회계부문 상무는 "고임금으로 청주공장의 생산성이 추락한 상황에서 파업이 계속돼 공장 폐쇄를 검토하게 됐다"며 "노사협상 진행 여부에 따라 폐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네슬레는 임금 11.7% 인상과 이동·배치나 하도급 시 노조와 사전 합의를 주장하는 노조측과 임금 5.25%인상에 노조 경영참여 불가를 천명한 사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7월 7일부터 두 달 가까이 파업 중이다.
한국네슬레의 청주 공장 철수 검토는 노사 분규 외에 생산성 저하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청주 공장은 네슬레 전세계 9개 냉동건조 커피 공장 중 생산성 1위였으나 3∼4년간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4위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네슬레 본사는 청주 공장에서 공급선을 중국, 터키, 독일 등으로 옮겼다.
스위스 네슬레 본사측은 한국측 경영을 전담하고 있는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의 검토 결과 보고에 따라 철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사장은 이날 "조만간 노조가 회사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본사에 철수를 권고할 생각"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공장 폐쇄 검토에 대해 노조측은 "사업장 철수는 회사측 권한이지만 파업기간 동안 회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응하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며 "파국까지 가길 원하진 않지만 고용 안전 부문에 대해선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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