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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문화 전면개방과 우리의 경쟁력/"일본 베끼기·표절 더이상 안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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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문화 전면개방과 우리의 경쟁력/"일본 베끼기·표절 더이상 안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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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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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본 대중문화가 사실상 완전 개방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90년대 초·중반에 무성했던, 개방과 함께 우리 대중문화는 크게 잠식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일본 문화가 파급력을 잃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우리 문화 전반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 문화 베끼기'가 횡행해 온 것을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들었다. "일본 것을 하도 베끼다 보니 우리 문화에 이미 왜색이 짙어졌다"는 것이다.일본 베끼기가 가장 심각한 분야는 TV 오락 프로그램이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개편 직후 인터넷 게시판은 으레 신설 프로그램의 표절 시비로 시끄럽다. 과거처럼 프로그램을 통째로 베끼는 사례는 줄었지만 전반적 포맷이나 핵심 아이디어, 일부 코너 표절은 여전하다.

가깝게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일본 프로그램을 베꼈다는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SBS가 11일 방송한 '빅쇼 삼총사'는 니혼(日本)TV의 오락 프로 '유와쿠 아소비바'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약이 되는 TV'도 민간요법을 소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는 내용은 물론, 제목까지 TV도쿄의 '해결! 약이 되는 텔레비전'의 복사판이어서 논란에 휩싸였다. KBS가 봄 개편 때 신설한 '뮤직쇼 하이5'는 퀴즈 코너의 진행 방식이 '유와쿠 아소비바'와 흡사하다는 비난이 제기돼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교양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다. SBS가 7월부터 방송한 '해결! 돈이 보인다'는 TV도쿄의 인기 프로 '사랑의 가난 대탈출 작전'과 똑같아 빈축을 샀다. 첫 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 시위'로 화제가 된 KBS2 '생방송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도 TV도쿄가 지난해 10월부터 방송중인 '직담판(直談判), 책임자 나와라'의 기획의도와 제목, 진행 방식은 물론, 연예인을 MC와 패널로 기용한 것까지 판에 박은 듯해 논란을 빚었다.

가요 역시 표절 시비가 끊임 없이 불거져 나왔다. 표절이 최절정에 달한 시기는 90년대 중반. 룰라의 '천상유애'나 김민종의 '귀천도애' 등은 일본곡 표절 논란에 휩싸여 가수가 해당곡의 방송 활동을 그만두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조성모의 'To Heaven'이 그룹 딘의 노래를, '불멸의 사랑'이 애니메이션 '전영(電影) 소녀' 삽입곡을, 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이 자드의 'Good Day'를 베꼈다는 등 표절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 같은 막무가내식 표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의 일본노래를 들을 수 있어 금세 들통이 나기 때문에 일본 노래를 리메이크하거나 번안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수영의 '굿바이'는 자드의 'Good Day'를, MC. The Max의 '잠시만 안녕'은 X재팬의 'Tears'를 린애의 '이별후愛'는 이쓰와 마유미의 '연인이여'를, 명랑소녀 성공기에 나온 '러브송'은 차게&아스카의 '러브송'을 리메이크했다. 포지션은 'I Love You' 등 일본 노래를 주로 번안해 불러 인기를 끌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 '체인지' '비밀의 화원' 등 일본 영화 표절을 받았던 한국 영화계는 '도둑맞곤 못살아' '올드 보이' 등이 일본에서 정식 판권을 사오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다. 소재와 설정을 빌려오는 대신 결말 부분을 바꾸는 식으로 표절 시비를 벗어나는 것이다. 일본 영화 '비밀'과 흡사한 한국 영화 '중독'의 경우가 바로 그런 예다.

이처럼 우리문화가 자생적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탓에 "일본 문화가 개방돼도 끄떡 없다"고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이사는 "일본 번안곡을 불러서 쉽게 인기를 끌겠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일본 문화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은 이미 우리 나라에 개방이 될 대로 된 터라 새삼 개방이 새로운 파장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 문화 개방은 경쟁력을 키우는 자성의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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