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8일 이재오 의원을 사무총장 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일부 당직을 개편하고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한나라당은 또 전략기획위원회와 대외인사영입위원회를 신설, 각각 홍준표 김문수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기획위원장에는 진영 서울 용산지구당 위원장, 수석대변인에는 은진수 서울 강서을 지구당위원장이 각각 임명됐다.이날 임명된 당직자의 면면은 비상체제가 '전투 대형'임을 알게 한다. 대여 투쟁을 총지휘할 이재오 비상대책위원장 겸 사무총장은 재야출신이지만 지난 대선 때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맹활약한 대표적인 공격수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과 김문수 외부인사영입위원장도 정평이 난 저격수다.
원희룡 오세훈 등 초선 의원을 주요 당직에 기용하며 변화를 모색했던 최병렬 대표가, 당 지도부를 향해 "폼만 잡는 스타일리스트"라고 비난했던 이들 재선그룹을 부른 것은 '당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여권과 정면승부를 벌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검찰에 의해 한나라당이 초토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 대표는 "비상체제는 당의 총력을 기울여 고비를 넘기기 위한 총동원체제"라고 자평했다.
당직 개편에 대한 당내 반응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에 기용된 3인방이 강경그룹이지만 정치개혁과 물갈이에 열의가 있는 만큼 향후 총선 물갈이에도 총대를 멜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강경으로만 치우칠 때 '구태정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비상체제의 출발은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위기돌파 카드로 뽑은,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특검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특검을 공동 발의하자는 한나라당 제안에 대해 "지금은 검찰 수사 중이므로 적절치 않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선 특검법을 단독처리하는 것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명분을 주는 것이기에 사실상 특검은 어렵지 않느냐는 부정적 기류가 나오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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