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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인기폭발 정준하/"이래도 안 웃으신다면 절 두번 죽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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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인기폭발 정준하/"이래도 안 웃으신다면 절 두번 죽이는 거예요"

입력
200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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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전화로 장시간 말다툼을 했죠. 그런데 그만 휴대폰이 제 목소리에 놀라 졸도를 한 거예요. 당황한 저는 용하다는 대리점을 다 찾아갔는데... 세게 뺨도 때려보고 찬물도 끼얹어 봤지만, 아저씨는 그건 휴대폰을 두 번 죽이는 거라고...."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코미디 하우스'(토 오후 7시)의 '노(No)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 코흘리개 아이도 풀 만한 문제를 틀린 코미디언 정준하(32)가 이날도 어김 없이 '휴대폰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을 풀어놓자 게스트는 물론 동료 코미디언들도 배꼽을 쥐고 쓰러졌다.

이젠 '개업떡'이 아니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의 '브레인 서바이버'를 패러디한 이 코너에서 능청스러운 바보 연기로 '안 좋은 추억'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정준하는 시쳇말로 '인기 짱!'이다.

"○○를 두 번 죽이는 일" "편견을 버려" "공개수배 합니다" 등의 대사가 최고 유행어가 되고, 700명 남짓하던 팬 클럽 회원이 최근 1만여 명으로 늘었다. MBC 주말연속극 '회전목마'에도 출연하고 있는 그는 각종 오락 프로에 영화, 드라마 출연 요청까지 쏟아져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좋은 느낌으로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도 전화 데이트밖에 할 수가 없다.

데뷔 9년 만에 최고 전성기를 맞은 그는 "솔직히 얼떨떨하다"고 했다. "제 별명이 뭔 줄 아세요? 새 코미디 프로 생길 때마다 얼굴 들이민다고 해서 '개그계의 개업떡', 독한 맛에 써보지만 6주면 잘린다 해서 '독한 맛에 6주'예요. '노 브레인...'도 처음에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9월 일밤의 '브레인 서바이버'에 나가 1등 먹자 갑자기 인기가 치솟대요."

그는 인기를 얻어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묻자 '노 브레인...'의 게스트 섭외 걱정이 사라진 점을 꼽았다. "인기 연예인들이 코미디 프로 출연을 꺼려 초반에는 사정사정해서 겨우 모셨죠. 그런데 요즘은 '출연 좀 시켜달라'는 전화가 폭주해 내년 1월까지 다 찼어요."

안 좋은 추억, 그러나...

그는 젊은 시절 잠시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전우' '소령 강재구' 등에 출연한 부친 정자용씨를 닮아 어릴 적부터 '끼'가 넘쳤지만,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구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러나 4수를 하고도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MBC에서 소품 나르는 일을 시작했고 '경찰청 사람들' FD를 거쳐 1993년 개그맨 이휘재의 매니저가 됐다. 타고난 '끼' 덕에 '개그맨 웃기는 매니저'란 소문이 퍼져 94년 10월 '테마극장'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대사라고는 '금연석인데 밖에서 태우시죠' 한마디뿐이었는데 그렇게 웃겼나 봐요. 그 길로 코미디언으로 풀려서 잘 나갈 땐 하루 200∼300통의 팬레터를 받았죠."

하지만 별명처럼 얼굴을 알릴 만하면 잘리는 '안 좋은 추억'이 이어져 한동안 방송을 떠나기도 했다. 연예인 포장마차 1호를 내며 사업에 눈을 돌린 그는 지금 강남에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그러나 그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깨달은 것은 누가 알아주든 말든 코미디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왜 하필 바보 코미디야?

98년 복귀한 그는 '여기는 코미디 본부'의 덜 떨어진 아들, '오늘은 좋은 밤'의 빙식이 등 주로 바보 역을 맡았다. "이상하게 바보 연기할 때가 가장 편해요. 인기 비결요? 다들 잘 났다고 큰 소리 치는 세상인데 못난 사람이 나와 웃겨주니까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바보는 예나 지금이나 코미디의 주된 소재지만, 바보 연기로 성공한 이는 많지 않다. 정준하는 '영구' 심형래, '맹구' 이창훈 이후 한동안 끊겼던 바보 코미디의 맥을 이으면서도 그들과는 차별화한 웃음으로 바보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정준하식 바보 코미디의 특징은 휴대폰을 변기에 빠뜨리거나 깔고 앉아 안테나를 부러뜨리는 등 실생활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황당한 경험을 소재로 해 '공감하는 웃음'을 끌어낸다는 것. 그렇다고 아이디어 찾기가 쉬운 건 아니다. "소재 하나 찾는 데 작가와 이틀, 사흘을 꼬박 매달려야 해요. 오늘은 또 뭘 두 번 죽여야 하나, 늘 그러고 살지요."

코미디언이 대접받는 그날까지

"꿈이요? 결혼도 해야 하고, 사업도 더 늘려야 하고.... 그래도 가장 큰 꿈은 정통 코미디 붐을 일으키는 거예요. 요즘처럼 한, 두 사람이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식이 아니라, 코미디가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이웃 일본처럼 60·70대 코미디언이 더 사랑 받는 그런 날이 와야죠."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소속사를 나왔다. 코미디 전문 기획사 설립을 추진중인 듯 하지만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한사코 답을 피했다.

또 '안 좋은 추억'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웃음폭탄 개발에도 골몰하고 있다. "아이디어란 놈이 절 무시하고 자꾸 토끼는 거예요. 평소 소심한 A형인 저는 마음에 큰 딱쟁이가 졌어요. 여러분, 아이디어를 '공개 수배' 합니다. 아이디어를 보신 분은 인터넷에 올려주세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사진=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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