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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최후의 연금술사

입력
200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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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맥칼만 지음·김흥숙 옮김 서해문집 발행·1만 3,900원

카사노바, 괴테,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교황 피우스 6세의 공통점은?

18세기에 살았다, 그리고 칼리오스트로 백작이라고 불렸던 사내, 주세페 발사모(1743∼1795)를 질투하거나 증오했고 박해했다는 것이다.

시칠리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땅딸막한 키에 거무스름한 피부의 칼리오스트로는 그렇게 18세기 최고의 문제적 인간이었다. 사기꾼으로서 천부적 재능을 지녔던 그는 건달에서 가톨릭 수사로 다시 문서나 어음을 위조하는 기술자, 연금술사, 마법사, 강령술사로 살았다. 유럽 각국을 떠돌아 다니며 귀족 행세를 했고 부자들에게서 손쉽게 돈을 뜯어내는 다양한 기술을 구사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사기꾼 이상이었다.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었으며 불치병을 치유하는 신비한 능력을 보여줬다. 온갖 수법으로 얻어낸 돈으로 가난한 이들을 구제했다. 또 민주주의와 세계시민주의를 기치로 내건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의 지도자로서 혁명을 꿈꾸기도 했다.

칼리오스트로가 산 레오 감옥의 독방에서 숨진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홀렸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그의 이름을 딴 오페라를 만들었고,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를 소재로 한 시를 썼다. 그뿐이 아니다. 그에 대한 평가와 해석도 줄을 이었다. 영국의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칼리오스트로를 18세기가 사기와 협잡의 시대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칼리오스트로야말로 세상의 억압에 맞선 불온한 천재라고 평가했다. 호주국립대 인문학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이렇듯 극적이고 퍼즐 맞추기처럼 복잡한 인간 칼리오스트로의 생애를 자연스럽게 복원한다. 간결한 문장과 깔끔한 번역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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