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다고 해서 디지털 문맹(文盲)일 것이란 편견은 버려주세요"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종칠(62·사진)씨는 자칭 '디지털 영상 마니아'다.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이용한 동영상 촬영과 편집이 취미. 촬영은 물론이고 PC를 이용한 편집도 능숙하다. CD에 구워 보여주는 영상 편집 솜씨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준. 만만치 않은 실력이 소문나면서 주변에서 '촬영을 해달라'는 부탁도 종종 들어온다. 그는 "손자손녀 거느린 할아버지 취미치고는 거창할지 모르지만, 고립되기 쉬운 노년에 주변과의 관계를 두텁게 할 수 있는 좋은 취미"라고 말한다.
디지털 동영상에 대한 관심은 2000년 35년간의 토목 엔지니어 생활에서 물러난 뒤 소일거리를 찾으면서 생겨났다. 퇴직금 중 2,000만원을 뚝 떼내 취미를 위한 종자돈으로 삼아 펜티엄2 컴퓨터에 아날로그 캠코더, VTR 한대를 구입했다. 이제는 펜티엄4 컴퓨터에 소니 디지털캠코더, 피나클 스튜디오 디럭스 영상편집 장비와 CD레코더가 그의 작업 장비다.
주로 여행이나 가족행사 친목행사 등에서 찍은 동영상에 멋진 효과와 자막을 입혀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캠코더로 찍은 내용물을 PC로 옮겨놓고, '스튜디오7' 편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하룻나절만 작업하면 CD 한 장 분량의 작품이 완성된다. 동영상이 든 CD를 복사해 나눠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에는 컴퓨터 켜는 법도 몰라 고생했지만, 근처 지역문화센터와 용산전자상가 등지를 오가며 어깨 너머로 실력을 쌓았다.
'햅스스쿨'(cafe.daum.net/HAPSschool)에 가면 뒤늦게 김종칠씨처럼 디지털 영상의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HTML과 포토샵, 플래시 애니매이션 제작 노하우들이 주로 공유된다. 회원 박영치(61)씨는 "동년배들끼리 신기술을 익히고 각자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에 자주 모인다"며 "시대의 조류에 맞는 취미 생활을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실버넷운동본부(www.silvernet.ne.kr)에 가면 노인들을 위한 정보화 교육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