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8일 연속 방영된 '정치개혁 TV 토론'을 지켜본 기자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동안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 대한 취재과정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정치개혁안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쏟아졌기 때문이다.먼저 한나라당 토론자인 오세훈 의원이 "50만원 이상 후원금을 낸 기부자를 공개하자"고 제안하자 민주당 이낙연, 자민련 김학원 의원도 "우리 당도 검토하고 있다" "좋은 제안"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기업 돈은 일절 안 받겠다" "1회 10만원 이하 후원금만 받겠다" "후원금 총액 한도를 1,000만원으로 낮추자"는 과격한 발언도 나왔다. 함께 출연했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와 시민단체 패널조차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이들의 주장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일부 패널은 "합법적 정치자금의 통로는 열어둬야 한다"고 의원들을 달랠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 의원의 발언은 국민을 향한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범개협의 안에 따라 1회 100만원, 연간 500만원 이상 기부자 명단 공개와 기부금 상한 등 대개의 원칙에 이미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야 토론자들은 또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의 신고 의무화와 선관위 조사권 강화에도 의견이 일치해 지난해 선관위 조사권을 무력화시키려던 정치권의 행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 눈을 잠시 속여 표를 모으려는 정치 쇼가 내내 이어진 것이다. 그나마 의원들은 자신들의 출마와 직결된 의원 정수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상대 당을 폄훼하며 금세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국민의 엄중한 명령인 정치개혁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다시금 회의가 들었다.
배성규 정치부 기자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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