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기간 '잠수'를 하고 있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촌스럽고 민망하지만 순진했던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다 보니 취업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가진 만남에서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자리를 일어서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친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말끝을 흐리면서 웃기만 하더니 결국은 사정을 털어 놓았다. 그는 노숙자들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녁에 노숙자들에게 배식하는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노숙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여 가야겠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소문난 새침데기다. 그런데 항상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몫을 챙기는 것으로만 보이던 친구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랐다. 알고 보니 그가 자신과 동료에게 철저했던 이유는 소외된 이웃을 돕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였다. 친구의 모습을 계기로 나는 내 자신과 소외된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 나도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말벗도 하고, 식사도 챙겨주고, 청소도 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을 하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뿌듯한 감동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의 작은 도움의 손길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진정한 소득이 아닐까 한다.
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겪은 감동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생각이다. 새침데기 친구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나를 봉사활동에 나서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의 작은 도움의 손길이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면 더불어 사는 세상은 더욱 가까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참 많다.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헤어져 타국에 와 고생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맹추위 속에서 간신히 몸을 녹이고 있는 노숙자들, 부모와 헤어져 동심에 상처가 난 고아들…. 마음조차 꽁꽁 얼어 버렸을지도 모를 우리의 이웃을 돕는 것은 사실 내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외된 이웃을 도우면서 봉사의 기쁨을 누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 지 애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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