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과 27일 각각 치러진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후보들의 순위만이 아니다. 두 차례 선거의 높은 투표율은 11월 치러질 미 대통령 선거의 열기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민주당 뉴햄프셔 예비선거에는 모두 21만8,000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했다. 민주당원들과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선거에 참여한 일반인을 합한 이 수치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깨는 기록이다.
1992년 당시 폴 송거스 의원이 빌 클린턴 전 아칸소 주지사를 누를 때 보인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는 18만여 명이었다. 당원들만의 행사로 치러진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도 전례 없는 투표율을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거 전략가들은 민주당원들과 민주당 지지 성향의 뉴햄프셔 주민들을 보다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낸 동인을 '반 부시'정서에서 찾고 있다. 10개월 뒤의 본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꺾을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열망이 투표 참여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투표의 제1순위로 꼽았다. 뉴햄프셔주 재프리시의 존 케리 상원의원 유세장에서 만난 패트리나 존스씨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에서 케리 의원 지지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로 "케리만이 부시를 떨어뜨려야 하는 내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드모인시 코커스에 참여한 브랜드 레비씨는 보다 직설적으로 "2000년에 도둑 맞은 내 표를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부시가 아닌 다른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두 번의 선거에서 부동표가 막판에 케리 의원 쪽으로 쏠리게 된 것도 이런 정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표율의 상승은 무엇보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 후보가 부시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던 뉴햄프셔주, 네바다주 등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싹을 엿보기 때문이다. 물론 공화당원들도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올 11월의 미 대선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할 만큼 치열했던 2000년 대선의 재판이 될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