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엔 다시 일어서야지요." 12일 밤 11시 서울 을지로 6가 흥인문로 동편에 있어 '동편제'라 불리는 서울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을 태우고 올라온 대형 버스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패션몰 디자이너클럽, 누죤 등의 앞에는 이미 부산, 광주, 청주 등 푯말이 세워졌고, 옷을 담을 대형 가방들이 길게 줄을 섰다. 동대문에서 옷을 대량 구매해 대구 소매상에 파는 류승현(25)씨는 "불황이 작년부터 계속 돼 대구 경기는 최악"이라면서 "그러나 조금만 더 버티면 경기도 살아나고 내 가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산다"고 말했다. 전국 의류·패션 잡화의 메카인 동대문 시장 경기는 아직 봄은 아니었다. 그러나 봄을 맞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이대로 주저 앉을 수 없다'는 각오와 희망이 비치고 있었다.동트기 직전 새벽 경기
경기가 여전히 바닥 상태여서 동대문 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깊었다. 소매권 패션몰 밀리오레에서 여성 구두를 파는 김성준(28)씨는 "작년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며 "정치 싸움이나 하고 나라꼴이 이 모양이니 장사도 안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울상을 지었다. 대로변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소매권 패션몰 프레야타운은 공실률이 20∼30%에 달하고 있는 상태. 평화·신평화·남평화 시장 등도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붐볐을 새벽 2시에 셔터를 내린 가게가 많았고, 고객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15년 동안 평화시장에서 남성 티셔츠 장사를 해 왔다는 최모(41)씨는 지금 동대문 시장의 경기를 "동트기 직전 가장 추운 새벽과 같다"고 말했다.
상가 신축 등 변화의 희망
하지만 한 켠에서는 새 봄을 맞아 다시 시작해 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소매권 패션몰 두타가 지난해 11월 중순 실시한 제2기 임대분양은 무더기 미분양의 우려를 깨고 1,400여 점포가 성공리에 분양됐다. 자신을 얻은 두타는 14일까지 1차 인테리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미진한 공사를 내달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두타 관계자는 "점포 크기를 4평에서 6평으로 늘리고, 최고급 대리석 바닥을 까는 등 기존 동대문 패션몰의 시장 바닥 같은 분위기를 없앨 생각"이라며 "불경기가 오히려 동대문 패션몰이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도매권 패션몰인 혜양엘리시움, 디자이너클럽 등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옛 동대문 축구장의 공원·컨벤션센터로의 전환 추진, 2005년 청계천 복원공사 완공 등 동대문 시장의 활성화를 염두에 둔 외국자본 유입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계 투자회사 리만브라더스는 최근 새로운 동대문 패션몰을 준비 중인 라모도에 665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굿모닝시티 맞은편에 토지 매입을 끝냈다. 또 소유권 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레야타운의 700여억원치 채권을 인수했다. 소매권 패션몰 헬로apM의 이종형 대리는 "작년 불황기에 편의시설 확대 등의 차별화를 시도했더니 매출이 12%정도 늘었다"며 "봄이 되면서 새벽에도 400∼500여대 수용 규모의 지하 2·3층 주차장이 가득 차는 것을 보면 동대문에 희망이 다시 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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