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12월 결산 상장사의 2003년 '영업 성적표' 특징은 제조업이 중국특수로 호황을 구가했지만 카드발 위기를 겪은 금융업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어 전체 실적이 크게 망가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린 제조업의 경우도 내수부진이 수출업체와 내수업체 간에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특히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보류한 채 빚 갚기에 주력한 결과, 부채비율이 사상 최초로 100% 아래로 내려갔다. 한편 코스닥 등록사는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속에서 건설, 인터넷 등 극소수 종목만이 실적이 호전됐다.증권거래소 상장기업
금융, 카드발 위기로 환란이후 최악
신용카드와 가계대출의 대규모 부실 충격에 금융업계는 올해 환란 이후 최대규모의 적자로 돌아섰다. 12개 금융사가 지난해 기록한 6조9,904억원의 순손실은 외환 위기를 맞은 1998년의11조8,196억원 순손실 이후 최대규모다. 특히 지난해 말에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LG카드의 순손실 규모가 5조5,988억원에 달할 정도로 신용카드발 충격의 강도가 컸다. 은행들 또한 가계 대출 연체율 증가와 신용카드 부실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적자로 전환하거나 이익이 대폭 줄었다. 국내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이 7,5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비롯해 제일은행, 외환은행이 적자로 돌아섰다.
제조업 최대이익 속 수출·내수 양극화
509개 제조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435조1,138억원으로 전년보다 1.23%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조3,157억원, 순이익은 25조2,512억원으로 각각 8.32%와 6.56%가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보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우리 나라의 수출액은 19.6%가 증가한 1,943억달러를 기록했고 이중 대중국 수출이 357억 달러로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올라설 정도로 '중국효과'가 컸다. 반면 대표적 내수 업종으로 분류되는 유통업과 통신업의 순이익은 각각 33.8%와27.8%가 급감했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지난해 경기 부진 속에서도 제조업은 '중국 효과'로 이익이 증가한 반면 금융업은 카드 부실로 부진 면치 못했다"고 분석하고 "3분기부터 내수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금융업도 회복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등록기업
업종대표 소수종목만 실적호전
지난해 코스닥 등록 12월결산 등록사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지만 건설 인터넷 등 일부 업종들은 선전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코스닥 시장을 주도한 업종은 건설과 인터넷 등이었다. 쌍용건설 국제건설 금강종합건설 등 건설업체 20개사의 실적호전이 가장 두드러졌다.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수익성이 안정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NHN, 다음, 옥션, 네오위즈 등 '인터넷 4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CJ엔터테인먼트의 선전으로 오락문화업종도 흑자전환을 이뤘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대부분 등록사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업종 대표주들은 꾸준히 실적호전을 이루고 있어 상위 20%가 매출 80%를 점유하는 '2대8 법칙'이 극명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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