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3월 위기설'이 사라졌다.3월 위기설이란 기업 적자결산과 주가하락으로 금융기관의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커져 대출축소와 대규모 기업도산을 부르고 은행부실은 더욱 커지는 금융위기를 가리킨다. 3월기 결산을 하는 일본에서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 동안 매해 3월말이면 주식·금융시장을 짓누르던 이 위기설이 올해 꼬리를 감추었다.
결산기말인 3월31일 기준으로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1만 1,715.39엔으로 1년전의 7,972.71엔에 비하면 무려 47%나 올랐다. 도쿄(東京)증시 제1부의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130조엔이 증가한 것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3월기 결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가 예상되는데다 일본 경기회복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사자'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주가상승으로 지난해 3월 결산기 1조 2,400억엔의 주식평가손을 기록했던 7대 대형 금융그룹이 올해는 약 2조 9,300억엔의 평가익을 누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가상승으로 기업도 자금확보가 원활해지고 보유주 평가익으로 흑자결산이 더욱 확대될 것임은 물론이다.
경기회복세는 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1·4분기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短觀)에서도 확연하다. 업황이 "좋다"고 대답한 기업에서 "나쁘다"고 대답한 기업을 뺀 업황판단지수(DI)가 경기의 잣대가 되는 제조부문 대기업에서 전기에 비해 5포인트 상승한 12로 나타나 4기 연속 개선됐다.
비제조부문 대기업도 5포인트 상승한 5로 1996년 11월 조사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아직 마이너스이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의 DI도 제조업이 7포인트, 비제조업이 5포인트 상승했다. 2004년도 설비투자계획은 제조부문 대기업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7.4% 증가로 조사됐다. 경기회복세가 비제조업과 중소기업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수출 의존형에서 설비투자와 내수 중심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안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변수인 엔화환율은 미국의 견제도 있지만 착실한 경기회복으로 엔 강세가 주가상승을 더 이상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3월 중순부터 대규모 시장개입을 자제해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3엔대까지 올랐다. 외환시장에는 지난 1년간 환율방어를 위해 약33조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했던 일본 통화당국이 일단 100엔대까지는 환율을 용인하면서 필요에 따라 소규모 개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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