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광속구'가 살아나고, '안방마님'의 방망이는 신이 들렸다.SK 엄정욱(23)은 7일 대전에서 열린 2004프로야구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154㎞짜리 광속구를 앞세워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이며 독수리타선을 1실점(3피안타)으로 틀어막고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10월 2일 이후 첫 선발승. 최고구속 160㎞에 달하는 빠른 볼로 '투수왕국' SK의 기대주로 늘 거론됐지만 널뛰는 제구력과 주자만 나가면 안절부절못하는 '새가슴' 때문에 엄정욱은 프로 5년차까지 2군을 전전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달라졌다. 제구력 안정을 위해 스피드를 줄였지만 여전히 155㎞의 빠른 공과 주자를 내보내고도 흔들리지 않는 투구로 시범경기서 방어율 2.53으로 선전했다. 조범현 감독은 일화만 무성히 남기고 야구사에서 사라질뻔한 엄정욱에게 올 시즌 선발로서 마지막 기회를 줬고 "야구인생에 승부를 걸겠다"던 엄정욱은 이날 마운드에 올라 빼어난 투구로 신뢰에 보답했다.
제구력은 조금 흔들렸지만 엄정욱의 위기관리능력은 합격점이었다. 엄정욱은 3회 1사 후 2루타를 때린 이영우가 도루에 성공해 3루 베이스를 밟았지만 임재철을 내야땅볼, 데이비스를 삼진으로 내몰며 1점만 내줬다.
엄정욱의 호투에 신바람이 난 SK 타선은 박경완의 4경기 연속 홈런포(1점) 등 홈런 3방을 쏟아내며 9―3으로 승리했다. 개막전 이후 4경기 연속홈런은 박경완이 처음. 2루타 2개를 비롯해 5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박경완은 홈런 단독 선두에 오르며 자신의 기록보다 팀 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안방마님의 이미지를 벗고 홈런왕 경쟁에서 한발 앞서갔다.
두산―롯데전이 열린 사직구장에선 롯데가 5와 3분의1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박지철의 호투와 공격의 포문을 연 정수근(4타수 2안타 1득점), 4타수 3안타를 몰아친 손인호의 활약으로 두산을 5―4로 꺾었다. 롯데는 개막전 패배 이후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3승1패로 이날 LG를 8―4로 물리친 현대와 함께 공동선두에 나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 박종호는 기아전에서 5회 2루타를 때려 27경기 연속안타를 작성하며 SK 김기태(26경기)를 제치고 이 부문 역대 2위로 올라섰다. 1999년 롯데 박정태가 세운 31경기 연속안타까진 4경기 남았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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