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연한 입장변화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용천역 폭발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가 전반적인 개방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고 있다.특히 북측이 최근 복구용 자재·장비와 긴급구호품 수송을 위해 공로와 육로까지 모두 개방하고, 남측 기술인력을 지원 받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함으로써 북한 내 개혁개방 주도세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남측이 제공하는 용천참사 복구용 장비를 개성까지 육로를 통해서 받겠다고 한 북한의 자세는 군부의 입장변화 여부와 맞물려 주목 받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북측에 육로수송을 제안해놓고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북한 군부가 군사적 측면에서 민감한 육로수송을 허용할 리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방 움직임에 과민하게 반응해왔던 북한 군부가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림으로써 향후 남북교류과정에서도 이 같은 태도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이번에 육로수송에 이용할 문산-개성간 경의선 도로가 개성공단 활성화에 미칠 영향도 지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북한은 2일 대한적십자사의 긴급 구호품 2차 항공운송을 허용키로 해 서해직항로 정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 최고위급 인사인 내각총리까지 나서 이례적으로 남측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시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
정부는 북측의 잇따른 파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육로수송, 인력파견까지 동의한 북측의 태도변화가 일시적인지 원칙의 수정인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4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14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북측 입장변화의 의미를 가름해볼 수 있는 첫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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