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혜훈 당선자는 총선 기간 내내 '고(故) 김태호 의원의 며느리'라는 딱지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여성 정치신인의 몸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 서초갑에서 배지를 거머쥠으로써 그 꼬리표를 사실상 떼어냈다.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낸 그에게 당 공천심사위가 시아버지의 지역구였던 울산 행을 권유했을 때 극구 사절한 이유도 '홀로서기'라는 목표때문이었다.그러나 여전히 못내 찜찜한 것은 '낙하산 공천'이라는 따가운 눈초리다. 이 당선자는 "여성을 당선 가능한 텃밭에 내보내라"는 여성계의 요구를 수용, 기획 공천된 첫 케이스. 역차별이라는 당내 거센 반발로 운영위 후보확정 절차에서 두 번이나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는 "그런 논란 속에 경제전문가로서의 제 능력은 파묻히는 것 같아 속이 탔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이 당선자는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를 딴 뒤 미 랜드연구소 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유엔 정책자문위원, UCLA와 영국 레스터대, 연세대 교수 등을 거친 입증된 경제 전문가다. 그는 "국회 재경위에 들어가 부처를 통과한 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시장경제 원칙이 시장에서 실제로 지켜지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자는 UCLA 유학시절 만난 남편 김영세(42)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그런 면에선 유력한 조언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하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역할모델은 박근혜 대표와 전재희 의원을 혼합한 '외유내강형 정책전문 정치인'이다. 그는 "임기 4년 중 초반엔 정책 활동에 주력하고, 후반엔 박 대표 같은 부드러우면서도 원칙에는 확고한 정치인으로 성장해 재선, 3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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