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언론인 두 명이 이승만 정권 시기의 현대사를 조명한 책을 잇따라 냈다. 이형(73·사진 왼쪽)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조용중(74·오른쪽) 전 연합통신 사장이 각각 '조병옥과 이기붕'(삼일서적 발행), '대통령의 무혈혁명:1952년 여름, 부산'(나남출판 발행)을 출간했다. 50년대 중반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던 두 사람이 은퇴 후 수년간 공을 들여 집필한 이 책은 정치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정가(政街)의 갖가지 비화까지 담고 있어 현대사 연구서로서도 가치가 높다.'조병옥과…'는 제1공화국 후반기 정국을 주도한 두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승만 정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고, '대통령의…'는 1952년 피란 수도 부산에서 일어난 정치파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재와 접근 방식이 다르면서도 '이승만 정권이 헌법유린의 원조이고, 그 후유증으로 한국 민주주의 정치사가 크게 왜곡됐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조병옥과…'는 이승만 정권 아래서 내무부장관직을 역임하고, 야당인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섰다가 서거한 조병옥과, 국회의장을 지낸 후 자유당의 제2인자가 됐던 이기붕의 정치 역정과 행태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 대통령의 정당관, 후계자 선정경위, 정치깡패들의 활동 등을 추적하고, 그 취재 과정에서 보고 들은 뒷얘기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기붕의 보호를 받으며 연예계의 군왕처럼 행세한 정치깡패 임화수가 한 요정에서 기생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당시 국회의원인 김두한에게 두들겨 맞은 일화 등도 들어있다. 이 전 위원은 "이승만의 독재수법과 독소는 고스란히 그 후의 연이은 군사독재 정권으로 계승되어 우리나라의 정치를 반세기 가량이나 후퇴시켜 놓았다"며 "1공화국에 이어 장면 내각의 2공화국, 박정희 정권의 3공화국을 다룬 책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이 주목한 부산정치파동은 이 대통령이 종신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관철시킨 사건.
당시 이 대통령은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직선제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감금하고, 결국 야당의 내각책임제 안을 뒤섞어 괴이한 형태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저자는 1949년 5월 개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후, 이 대통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과정, 이를 막을 의욕도 능력도 없었던 허약한 야당의 대응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시 장택상 국무총리가 국회가 표결도 하기 전에 국무회의를 열고 개정헌법을 공포했던 웃지 못할 일, 한국전쟁 초기 대만(당시 자유중국)대사가 이 대통령에게 "한국전쟁에 2만 여 명의 국부군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는 뒷얘기도 실렸다. 조 전 사장은 "가까이서 정치를 보아온 저널리스트의 호기심을 살려 당시 활극의 참모습을 구석구석 두루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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