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선일이가 살아 돌아와 '저 왔어요'라고 말할 것만 같아요."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피살된 지 22일로 한 달을 맞는다. 21일 김씨의 본가인 부산 동구 범일6동 안창마을에서 만난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20여년 목수 일을 해온 아버지 김씨는 "선하게만 자란 선일이가 생각 날 때면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례를 치른 이후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는 김씨는 체중이 5㎏나 줄고 오랫동안 앓아온 불면증이 더 심해졌지만 몇 차례 병원에서 맞은 신경안정제 주사마저 듣지 않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어머니 신씨도 "모든 걸 잊고 싶어 체념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아들 생각에 메말랐던 눈물샘이 다시 터지곤 한다"며 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신씨는 "새벽 녘 꿈 속에 선일이가 불쑥 나타나 '전 잘 있어요. 금방 (한국으로) 들어가서 아버지 칠순잔치 해 드릴게요'라고 말해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인터넷 등에서 떠돌았던 '몇 십억 보상금, 부조금' 등 소문에 대해 "말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헛소문이 퍼져 정말 억울하다"며 "선일이가 죽은 것도 분한데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매도할 수 있느냐"고 네티즌과 일부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수 많은 정·관계 인사와 취재진 등 인파로 북적였던 10평 남짓한 김씨 본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찾는 이의 발길이 뚝 끊긴 채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김씨의 큰 누나 향림(41)씨, 작은 누나 미정(38)씨 가족 친지와 이웃들만이 가끔 집을 찾아 김씨 부모를 위로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1일 새벽 귀국 후 김씨 본가를 찾았다가 유족들의 거절로 되돌아간 가나무역 김천호(42) 사장은 며칠 전 다시 찾아와 용서를 구했지만 김씨 부부는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말만 하고 되돌려 보냈다.
이들 부부는 "장례를 치른 후 아들 생각에 여러 번 영락공원묘지를 찾아가 목 놓아 울곤 했다"며 "그 동안 신앙이 없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며 아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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