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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엘리트 못키우는 '점수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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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엘리트 못키우는 '점수 인플레이션'

입력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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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국 동료들과 함께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10주 정도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대학 측에서는 교육 강사로 자체 교수와 강의 전담 강사 등을 배정하였고 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한국 수강생들로부터 교육만족도를 조사하였다.대부분의 강사는 수준 높은 강의를 해 주었으나 몇몇 강사는 그렇지 못하였다. 대학 측에서는 교육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항목 별로 100점 만점으로 만족도 점수를 적어내게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만족도 점수에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에 해당하는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로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몇몇 수준 낮은 강사에 대해 평균 60점 정도의점수가 산출되었는데 이 점수에 대해 CMU 측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였다.

즉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면 100점의 반 즉 50점 이상이니 ‘보통 이상’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그 수준 낮은 강사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점수라는 것이 얼마나 인플레이션 되어 있나를 생각해 보게 했다. 100점 만점에 50점을 ‘보통’으로 간주하는 미국과70점을 ‘보통’으로 간주하는 우리나라, 둘 사이에는 커다란 인식의 차이가 있다.

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수준이다. 예전에는 평균 학점이 3.5 정도이면 아주 우수한 축에 끼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3.8 이상 정도는 되어야 우수한 학점이라는 말을 듣는다. 누구나 어느 대학이나 학점을 잘주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다.

대학에서는 현재 상대평가를 하는데 예전에는 전체 인원의 20% 정도가 A학점을 받았다. 지금은 30% 정도가 A학점을 받는다. 모든 대학교가 학점을 잘 주다 보니 자기가 속해 있는 대학교만 점수를 엄격하게 주어서는 곤란해진 것이다. 대학에서 불합리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적은 탓이다. 기업체에서도 이제는 대학의 학점을 신뢰하지 않는다.

점수 인플레가 발생해서 손해를 보는 쪽은 ‘아주 우수’한 사람들이다. ‘아주 우수’와 ‘우수’의 경계가 애매해진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어느 정도만 해도 A 학점이 나오는 것이다. 아주 우수와 우수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주 우수’는 자라지 못한다. ‘아주 우수’를 키우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이복주 단국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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