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골프웨어는 상류층의 신분증명서였다. 티셔츠 한 장이 웬만한 내셔널브랜드 한 벌 값이었다. 골프웨어를 입는다는 것만으로도 ‘상류사회의 스포츠’를 즐길만한 여력이 됨을 과시하는 것으로 통했다. 골프웨어가 중ㆍ장년층의 캐주얼 차림으로 자리잡은 이유였다.벤처 열풍속에 뉴서티(New Thirtyㆍ고소득 전문직종의 30대)가 등장하고 골프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골프웨어도 젊어지기 시작했다. 젊고 감각적인 신세대 골프 애호가들은 필드에서도 멋쟁이 소리를 듣고싶어 했다. 같은 색 계열의 깃달린 셔츠에 니트조끼, 긴 바지 차림으로 대변되던 골프웨어에 짚업스타일(Zip upㆍ앞여밈이 지퍼로 된 디자인)이 도입되고 색상은 더욱 화려해졌다. 골프웨어가 ‘패션’의 옷을 입은 것이다.
패션의 생명은 ‘새로움, 그리고 변화’에 대한 추구다. 그래서일까. 올해 골프웨어는 패션에 더해 ‘기능성’을 불황타개책으로 들고 나왔다. 골프웨어의 주 소비자로 급부상한 30대의 경우 스포츠레저활동을 할 때 이전 세대에 비해 완벽한 ‘기어(Gearㆍ장비)’ 착용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FnC코오롱 마케팅실 조은주 과장은 “멋만이 아닌 ‘두잉 골퍼(Doing Golferㆍ실제로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구현하고 싶어하는 골프인구가 많아지면서 기능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가을철을 맞아 다투어 출시되고있는 골프웨어들은 한결같이 소재의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흔히 등산이나 스키웨어 등에 사용되는 기능성 소재를 통해 필드에서 최고의 쾌적한 상태를 제공한다는 것이 목표다.
애시워스는 이번 시즌 전략아이템으로 쉘러 소재의 바지를 내놓았다. 쉘러소재는 스트레치 기능이 있어서 활동이 편하고 보온효과가 탁월한 것이 장점. 새벽같이 필드에 나선 골퍼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줘서 움직임을 유연하게 만들고 부상을 예방한다.LPGA 스타 안시현이 모델로 나서 화제를 모은 엘로드는 골프웨어로서는 최초로 고어텍스의 에어밴티지를 사용했다. 에어밴티지는 가변 단열 소재로 착용자가 직접 공기튜브로 공기를 주입하거나 배출해 날씨변화에 따라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첨단제품이다.
아스트라는 나노기술을 이용한 나노텍스 소재와 바이오-C 소재를 골프웨어에 사용해 눈길을 끈다. 나노텍스 소재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마이크론보다 작은 입자를 섬유에 부착시킴으로써 옷이 땀은 배출하면서 비에는 젖지 않는다.이슬비 정도면 라운딩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 강점. 바이오-C 소재는 땀이나 세제에 의한 알칼리와 산성을 중화해 피부 pH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며 악취를 제거한다. 땀냄새에 민감한 젊은 여성 골퍼들에게 특히 인기.
또 먼싱웨어는 소재 뒷면에 특수 가공을 해서 바람을 막고 동시에 체열 방출을 차단하는 스포츠-X 소재를 사용한 옷을 출시했다. 이밖에도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며 방수효과가 있는 고어텍스, 흡습속건 소재인 쿨맥스, 움직임을 편하게 해주는 라이크라, 원적외선 방출로 체온유지에 효과가 있는 은가공소재 등이 골프웨어에 많이 사용됐다.
특수 기능소재를 쓴 골프웨어들은 일반 섬유에 비해 20% 정도 가격이 높다. 기능성 소재 자체의 가격이 워낙 세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을 주도했던 비골퍼들에 의한 매출비중이 앞으로는 전체의 30%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실제 골프인구를 위한 기능성제품의 수요가 커지는 것은 시장의 대세”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