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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자유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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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자유 얼어붙었다"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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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언론의 자유는 있는가.”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언론자유대표부는 15일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 인질극 당시의 언론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러시아 언론의 위기를 경고했다. 유럽과 미국 등 55개국이 회원국인 범유럽 안보협력기구인 OSCE의 언론자유대표부는 “러시아 정부와 언론, 언론과 시민, 정부와시민 사이에 심각한 신뢰의 위기가 일어났고 민주주의가 크게 뒷걸음질했다”고 진단했다.

그 동안 러시아에서는 기자나 언론사 편집간부가 테러로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 이미 언론 자유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 우려는 이번 인질극을 겪으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클로스 하라스치 대표부 대표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언론과 외신들이 불충분하고 부정확하고 상반된 러시아 정부의 정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정보 축소나 은폐 등으로 기자들은 ‘왜곡 보도’의 책임을 대신 뒤집어 쓰고 주민들에게 구타 당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언론의 신뢰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 된 것이다.

러시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 기자는 베슬란 주민들로부터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속이고 있다”며 폭행을 당했다. 러시아 정부 발표 대로 인질수를 300여명으로 보도했다가 “1,000명이 넘는데 거짓말을 한다”는 주민들의 분노를 산 것. 프랑스와 스웨덴 기자도 구타 당하거나 감금 당했다.보리스 레오노프 러시아 Ren-TV 기자는 “기자들이 거짓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정부 대신 주민들의 화풀이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정부의 취재 통제도 위험 수위였다. 러시아 Ren-TV, 독일 ZDF, ARD방송, 그루지아의 Rustavi-2방송, 통신사인 AP의 TV뉴스서비스가 인질극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들은 사복을 입은 괴한에게 빼앗겼다. 특히 러시아 당국이 구금된 Rustavi-2 기자에게 마취제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의 위기론은 인질극 참사 이후 나타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독재화 경향과 맞물려 있다. 언론 자유의 위축은 결국 러시아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나섰다. 그는 15일 푸틴 대통령의 정치제도 개편안이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위대한 나라들과 위대한 민주주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행정-입법-사법부 간에 권력의 균형을 갖는다”며 “이 같은 뜻을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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