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서희 역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수지(36)가 돌아왔다. 결혼 후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미련 없이 접고 미군 군의관인 남편을 따라미국으로 훌쩍 떠난 지 8년 만이다.2년 전 대구로 발령 받은 남편과 일곱 살 난 딸을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그녀를 안방극장에 불러들인 것은 4일 첫 방송하는 MBC 아침드라마 ‘빙점’(극본 조희, 연출 서병문). 국내에서도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은 미우라 아야코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에서 그녀는남편의 후배와 밀회를 즐기다 유괴범의 손에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탄 남편의 음모로 유괴범의 딸을 입양해 키우는 비극의 주인공 윤희 역을 맡았다.
“40년 전 작품이지만 시대 차를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공감대가 넓은 원작에 끌려 망설임 없이 선택했어요. 윤희는 평소 물처럼 잔잔하지만 한 순간 끓어 넘치기도 하고 차갑게 얼어붙기도 하는 매력적인 여자죠.” 그녀는 극중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그럴싸하게 소화하기 위해 틈틈이 개인레슨을 받는 등 윤희 역에 푹 빠져 살고 있단다.
그녀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지만 언제 찾아가도 푸근한 친정처럼 편안하다”면서 “예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스태프들과 눈 맞추고 얘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선후배들 챙길줄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표현처럼 “눈가의 주름을 훈장처럼 달고” 팬들 앞에 다시 서는것이 두렵지는 않을까. “나이 먹는 거요? 전혀 억울하지 않아요. 외모야 젊고 예쁜 후배들 따라갈 수 없지만,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연기자란 직업의 매력이죠.” 그래서 그녀는 이번 작품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쉬면서도 연기가 천직이란 생각을 하루도 버린 적이 없지만, 조바심 내지는 않아요. 시청자들과 친구처럼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공감을 줄 수 있는 연기자로 오래오래 남고 싶어요.”
/이희정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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