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술을 마시고 새벽녘에야 집에 들어온 K(38)씨는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하다가 헛구역질이 하자 겁이 덜컥 났다. 어제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구역질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며 걱정을 늘어놓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는 구역질이 잦아져 병원을 찾았다가 위궤양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 대부분의 구역질은 잘못된 양치질 습관이나 과도한 음주와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양치질 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몸이 자신의 주인에게 보내는 SOS 신호일 수도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최윤선 교수는 "증세가 자주 오래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병때문인지 아닌지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가장 큰 원인 = 구역질이 자주 나면 우선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원인이 되어 만성 위염이나 식도염이 생겼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위벽이 헐어 위산과다가 된 상태에서 양치질을 하면 위산이 역류하면서 구역질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경우에 담배를 피우면 구역질이 더 심하고 자주 일어날 수 있다. 담배의 니코틴이 혈액의 산소공급을 떨어뜨리고 일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구역질과 함께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담배연기가 인·후두 부위를 자극해 신경반사작용이 일어나서 헛구역질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장기간 흡연으로 인해 만성 기관지염이나 만성 폐쇄성 질환이 생긴 경우 흡연시 담배 연기에 의해 자극을 받게 된 기도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구역질이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는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 간 기능·소화기관 이상신호 = 구역질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간 기능과 관련된 질환을 의심한다. 이 경우에는 몸이 피로해지고 입맛이 떨어지며, 메스꺼움과 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심할 경우 토할 때도 있다. 간이 좋지 않으면 해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 가스가 차기 쉬운데, 가스는 위의 압력을 증가시켜 구역질을 유발하게 된다. 구역질과 함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예전에 비해 몸에 생채기가 많이 난다거나 염증이 자주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간 기능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업무상 과로로 인해 피로를 많이 느끼면서 자주 음주를 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지방간을 의심해 봐야 한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겨도 구역질이 날 수 있다. 아침에 구역질이 난다면 과다한 음주나 흡연으로 인한 만성 위염, 식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담배나 술로 인해 위벽이 헐어 위산과다가 된 상태에서 아침에 양치질을 하면 산이 역류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메스꺼우면서 체한 듯한 기분이 든다면 위장병이 거의 확실하다. 위뿐만 아니라 간장, 담낭, 췌장, 십이지장에 궤양이 있거나 위암 등이 있을 때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만약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메스꺼움 어떻게 줄일까 = 구역질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키려면 우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야채와 물기가 많은 과일을 섭취하되 산성이 너무 강한 것은 위를 자극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위가 많이 헌 경우라면 기름진 음식처럼 몸에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몰아서 과식하는 것은 금물이며 지나친 운동도 좋지 않다.
그러나 식습관을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을 한다 해도 술을 끊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구역질이 잦아지면 무엇보다도 술을 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침 양치질을 할 때 심하게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대수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천 힘찬병원 내과 임홍섭 과장은 "입안 깊은 곳에 물질이 닿으면 반사적으로 메스꺼움이 생기며, 치약 냄새에 비위가 상해 구역질을 하는 경우도 체질적인 반응일 뿐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우에 따라서는 몸에 가스를 많이 내는 육류, 콩, 토란 같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다음날 메스꺼움을 느낄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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