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신세계 이명희(58·사진) 회장이 31일 이례적으로 올해를‘재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백화점 경영 방침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록 사보를 통해 언급한 것이긴 하지만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의 글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8월 약 3년간의 증축 및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하고, 올해 부산 센텀시티 개발 등에 총 1조원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 심기일전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내전산망에 게재된 사보는 이 회장의 글 때문에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31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사보 ‘신세계’에 ‘2005년 본점 오픈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본점은 우리의 자존심이며 얼굴이자 상징"이라며"올해는 신세계가 재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패션은 파워다. 백화점은 패션을 추구해야 한다. 패션의 속성은 구태의연해서는 안되며 탁월하고 앞서가야 한다. 그것이 백화점업의 기본"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백화점상(像)을 밝혔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께서는 성공한 일은 다시 돌아보지 않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으셨다"며 "‘항상 배가 고프다. 새로운 것을 찾지 않으면 언제나 허전하고 부족하다’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너의 경영 방침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전문경영인을 선임, 모든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나의 경영철학"이라며 "전문경영인이 보다 큰 책임과 권한을 갖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앞서갈 수 있다"고 말해 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며 자신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이 글에서 항상 수첩에 갖고 다니며 경영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는, 1997년 한 경제지에 실린 기고문을 소개했다. 이 기고문은 선친 이병철 회장이 신규사업을 시작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모든 정보를 철저히 사전 조사하고, 최신 경영이론을 앞서 수용했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고 이병철 회장의 3남5녀 중 막내인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지분 15.33%(일가 보유 지분은 모두 약 3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99년 회장을 맡았을 당시 신세계 매출은 2조2,684억원(순익 222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6조5,121억원(순익 3,360억원)을 기록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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