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에서 한강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한강 조망권(眺望權)’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가치로 보기 어렵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가 "한강 조망권은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조망권 침해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9부(박해성 부장판사)는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K아파트 주민 31명이 "일조·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근 주상복합건물 시행사 에스%코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토지나 건물 소유자가 향유하는 경관이 그에게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조망권 침해를 인정해 왔으며, 서울고법 민사23부(김경종 부장판사)는 지난해 한강 조망권을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 맨션 주민이 인근 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당시 재판부는 "한강 경관은 미적·정신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경제적 측면에서 조망가치가 매우 크고 부동산 시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아파트 시가 하락분과 위자료 등 총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한강 조망이익이 한강 인근 아파트만이 가질 수 있는 사회통념상 독자적 이익으로 승인돼야 할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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