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탄압에 반발,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한 여고생이 15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주인공은 1990년 6월5일 영남대 인문관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당시 대구 경화여고 3학년 김수경(사진) 양. 전교조 대구지부 등으로 구성된 ‘김수경 열사 추모사업회’는 15일 오전 10시에 개최 예정인 대구 경화여고 졸업식에서 김양을 대신해 이 사업회 이성우(34) 회장이 명예졸업장을 받는다고 13일 밝혔다. 경화여고와 추모사업회 측은 가족에게 졸업장을 주려 했으나 가족들은 "아이를 잃은 아픔을 또 되새기고 싶지 않다"며 졸업식장에 나가는 것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사업회 이 회장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숨진 많은 열사들이 잊혀져 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그들의 삶을 되새기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방법으로 김양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는 방안을 생각하고 경화여고 측에 뜻을 전달했더니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이번 졸업장이 작으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0년 당시 경화여고 3학년 학생회 총무부장이던 김양은 전교조 가입 교사에 대해 징계가 내려지자 반대 시위를 10여 차례 주도하다 학교 측으로부터 문제학생으로 분류되고 교사들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울분을 참지 못한 김양은 ‘(전교조 옹호활동)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학교 다니기가 불편하다면, 아니 고통스럽다면 이미 그곳은 학교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했다.
91년 발족된 추모사업회는 매년 추모제를 여는 등 김양의 명예회복 활동을 계속해 왔으며 2000년 10월에는 김양을 민주화 운동관련자로 인정해 줄 것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 요구해 지난해 3월 민주화 운동 경력을 정식 인정 받았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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