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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6자회담 불참·핵보유’선언/ 韓·中통한 우회적 對北압박 거세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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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6자회담 불참·핵보유’선언/ 韓·中통한 우회적 對北압박 거세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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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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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보유 선언 및 6자 회담 불참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향후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이전부터 해왔던 선전전의 일환으로 여기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2기 정부가 막 출발하는 시점에서 나온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은 미국이 언제까지 북한의 ‘도전’을 인내할 것인가 하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수면으로 떠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11일 낮 워싱턴의 한국경제연구소(KEI)에서 마련된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오찬 강연을 통해 1993년 북한 핵 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한미 양국이 레드 라인 즉 ‘인내의 한계선’을 긋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레드 라인을 정할 경우 북한이 틀림없이 그 선을 넘어 한미 양국의 공조를 실험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 장관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상황 진전의 단계마다 상응하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게 한미 양국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한 미국의 시큰둥한 반응은 부시 정부가 현 국면을 최악의 위기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물질의 국외 반출을 시도하는 등 추가적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외교가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북한의 이번 성명이 부시 정부 2기에서도 외교를 통한 해결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온 강경파들의 입지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부시 정부가 외교를 말하는 가운데도 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경제제재 등 대북 압박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이 11일 면담 때 북한에 대한 비료 제공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 같은 보도는 부시 정부 내부에 대북 강경론이 득세할 수 있는 정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과 중국을 통한 미국의 우회적인 대북 압박의 강도가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 정부내에선 대응 방안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이제는 한국과 중국에 대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중토록 압력을 높일 때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한 압력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반 장관은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남북간 축적된 교류 협력의 경험을 활용하겠다",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 않는 한 개성공단 사업은 그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남북관계 진전과 핵 문제 해결 노력을 연계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 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대북 지원 중단에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이번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향후 한미간에 대북 대응을 두고 불협화음이 나올 여지는 한층 커진 셈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潘장관 일문일답/ "對北제재 문제 체니 언급안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비료와 쌀 등 대북지원과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협력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고 개성공단도 ‘시범사업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딕 체니 부통령이 대북제재를 언급했나.

"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여러 나라가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안보리에서 논의한다고 언급했나.

"그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취할 단기적 조치를 협의했다. 앞으로 취할 조치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협의한 뒤 서울에서 국민에게 설명할 것이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이 북핵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촉구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설득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이에 관해 더 긴밀히 협의하겠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촉구했는데.

"북한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미국과의 양자접촉을 강화할 수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의 틀내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북한 핵문제는 위기상황인가.

"성격을 규정짓기 어렵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련국들과 협의할 것이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정보는.

"우리 정부는 수년간 북한이 10~14㎏의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1~2기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북한의 6불화우라늄 수출 정보에 대한 정부의 판단은.

"언론보도로는 90% 이상 틀림없는 정보라고 한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의 우라늄 소스를 다 갖고 있고, 그에 입각해 판단한 자료라고 통보해왔다"

-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남북교류협력의 경험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북한은 국제사회의 협력을 인식하고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북한도 핵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 北核 예상 시나리오/‘긴장국면 장기화’ 전망 많아

북한 외무성 성명으로 촉발된 북핵 긴장국면은 갖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낳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이 맞대응을 자제하며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지만, 또 다른 돌발변수로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물론 북미간 타협, 국제사회의 중재로 결국에는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재로서는 더 크다.

◆ 최악의 시나리오 = 현 위기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한 계단씩 파국으로 접어들어가는 시나리오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자극,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경우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걱정되는 부분은 북한의 추가조치.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더 추출해 무기화 작업에 들어가고 핵 물질을 이용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실험 등을 강행하는 경우다. 한 전문가는 "북한 입장에서는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을 때 더욱 극단적인 새 카드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때 미국이 취할 조치는 외교·경제적 제재에서 군사적 압박까지 다양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내 강경파들은 공공연하게 경제적, 군사적 압박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선제공격론도 엄존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추가조치-미국의 경제·군사적 압박-긴장 고조-북한의 국지적 도발-전쟁 발발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예측불허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어느 한 단계에서 북미간 타협이 이루어지면 위기가 해소될 수 있다.

다른 차원에서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은 ‘핵 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일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자신들의 핵무장 정당화 논리로 활용하고,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과 대만에도 영향을 미쳐 동북아의 핵무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최선의 대타협 시나리오 = 북한의 이번 성명을 ‘협상용 카드’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타협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 강행의 강수를 택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의 적극적 중재로 북한과 미국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 의사를 표시하고 대화 의지를 감추지 않는 것도 이 시3나리오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역시 이라크전쟁 등으로 군사력을 쉽게 동원하기 어려운데다 한국 정부가 ‘전쟁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핵 동결과 체제보장을 교환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수순으로 국면이 흘러간다면 궁극적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목표에도 도달할 수 있다.

◆ 그러나 현실은? =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들이 한쪽 방향으로 가기에는 북핵 문제는 너무 난해하고 복잡하다. 오른 쪽으로 가다가도, 극적으로 왼쪽으로 갈 수 있는 게 북핵 문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계산됨된 도발을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당기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긴장국면이 장기화하는 답답한 시나리오에 많은 전문가들이 무게를 두고 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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