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걸까. 미국프로농구(NBA) 2005올스타전 3쿼터 중반 호쾌한 원핸드 덩크슛을 작렬시킨 르브론 제임스는 귀를 의심했다. 기대했던 관중들의 환호가 없었기 때문. NBA 2년차로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한 제임스는 몰랐다. 그 정도 덩크로는 올스타전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는 사실을.
21일(한국시각) 동부컨퍼런스-서부컨퍼런스의 올스타전이 열린 미국 덴버의 펩시센터는 화려한 별들의 쇼로 들썩였다. 코트의 슈퍼스타들이 펼치는 덩크슛, 노룩패스, 더블클러치, 장거리 포 등 농구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묘기를 TV로 지켜본 지구촌 30억 팬들은 연방 탄성을 자아냈다.
경기 전반전. 동부팀 앨런 아이버슨의 고공 패스가 림에 떨어질 찰나 제임스(13점 8리바운드)가 돌고래처럼 튀어올라 멋진 앨리웁 덩크를 성공하자 코트는 팬들의 환호로 후끈 달아올랐다.이에 뒤질세라 서부팀의 코비 브라이언트(16점)도 스티브 내쉬의 자로 잰듯한 패스를 받아 똑 같은 앨리웁 덩크를 꽂아넣으며 곧바로 응수, 축제의 열기를 돋웠다.
그러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빈스 카터(11점)의 슬램덩크. 동부팀의 카터는 54-53 박빙으로 앞서던 2쿼터 종료 1분전 툭툭 드리블을 하다 상대 진영에 파고들었다. 이어 그는 자유투 라인에서 볼을 백보드에 던지더니 튀어나온 공을 향해 용수철처럼 솟구쳐 올라 공중에서 한 손으로 잡아 덩크로 연결했다.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카터"를 연호했고 축제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서부팀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도 뒤늦게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날의 진짜 주인공은 앨런 아이버슨이었다. 15득점 10어시스트 5스틸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그는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아이버슨은 2001년 이후 통산 두 번째 올스타전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드로 공수를 매끄럽게 진두지휘한 아이버슨은 고비마다 필요한 한 방을 터트리며 동부팀의 125-115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서부팀으로 출전해 MVP를 받은 뒤 올해는 동부로 옮겨 코트에 나선 샤킬 오닐은 12점을 넣으며 승리를 도왔다. 경기 전 거대한 ‘운동화 휴대폰’을 들고 나와 폭소를 자아낸 오닐은 팬들의 많은 박수를 받으며 코트에 등장한 반면 ‘앙숙’ 브라이언트는 성폭행 혐의가 아직 안 풀린 탓인지 야유를 받았다. 브라이언트는 그러나 저돌적인 골밑 돌파와 정확한 3점슛을 장착하고 나와 스타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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