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1일 ‘모든 미국인의 심슨가족이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화제기사를 띄웠다. ‘심슨가족(The Simpsons)’은 15년 째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TV 애니메이션. 기사에 소개된 ‘심슨가족’의 애니메이터 넬슨 신(66·한국이름 신능균)을 2일 인터뷰했다.
1989년 미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심슨가족’은 한국의 에이콤(AKOM) 프로덕션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하는데, 에이콤 프로덕션의 회장이 신씨다. 미국의 제작사 노먼필름이 보내는 스토리보드와 제작지침에 따라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그려 완성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22분짜리 심슨가족 에피소드 한 편을 만들기 위해 120명의 직원들이 매달립니다. 이 한편을 만드는 데 석 달의 시간과 무려 2만2,000장의 그림이 필요합니다."
보통 같은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1만8,000장 정도 그리지만 심슨 가족은 훨씬 정교하게 그려지기 때문. 보통은 입 모양을 표현하는 데 샘플 6개면 족하지만 심슨가족은 캐릭터마다 각 27개씩이나 되는 입 모양 그림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만화의 분량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한국업체 ‘라프드래프트 코리아’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제작사로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와 뛰어난 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황해도 평산 출신인 신씨는 월남 후 대전 보문고와 서라벌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미군부대 쓰레기더미를 헤집고 만화책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던 그는 당시 유명 만화가 신동헌씨를 무작정 찾아가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71년 디즈니사가 있는 할리우드에 가겠다며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렇게 할리우드에 진출한 첫 동양인 애니메이터가 됐다.
그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레이저 검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실물처럼 표현해내는데 성공하면서 평판을 얻었다. "종이 2장에 그림을 그려 번갈아 촬영하는 식으로 레이저 검의 떨리는 효과까지 그려냈지요. 미국 사람들이 엄청 놀랍디다." 이후 ‘심슨가족’ 뿐 아니라 유명한 ‘핑크팬더’ ‘타이니툰’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그 바닥에서 성공한 데는 번득이는 창조성과 함께 남다른 성실성도 바탕이 됐다. "한달 걸릴 작업을 단 1주일에 마치곤 했어요, 미국인들과 달리 퇴근 후에도 밤새 그렸을 뿐입니다. 한국인의 부지런함 이야말로 어딜 가나 성공의 비결입니다."
신씨는 자신이 총감독을 맡은 ‘왕후 심청’이 올 5월5일부터 체코에서 열리는 ‘2005 트레본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경쟁부분에 진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평양에 있는 4·26 아동영화촬영소(SEK)가 OEM 방식으로 참여한 이 작품은 7월 중 남북한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이제 OEM 보다는 내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는 그는 "그 두 번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북한쪽과 ‘고구려’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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