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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성혈과 성배 - "다빈치 코드는 우리책을 베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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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성혈과 성배 - "다빈치 코드는 우리책을 베꼈어"

입력
200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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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자식을 잉태해 가계를 이어갔다는 설은 최근 것이 아니지만, 그 주장이 전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된 것은 확실히 ‘다 빈치 코드’라는 소설 한 편 때문이다. 허구라는 틀 속에 막달라 마리아의 잉태와 유럽 도피, 그 비밀을 지키려는 시온 수도회라는 조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따지자면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들의 계통을 잇는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마이클 베이전트와 리처드 레이라는 영국인 두 사람이 ‘다 빈치 코드’를 표절작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82년에 초판을 내고 96년에 개정한 논픽션 '성혈과 성배'(The Holy Blood and the Holy Grail)의 전체 구성을 댄 브라운이 그대로 베껴 ‘다 빈치 코드’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템플 기사단과 시온 수도회 등의 보호를 받는 귀족혈통을 만들었다고 썼는데 '다 빈치 코드'가 기사단 수장(The Grand Masters)의 목록 등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악역을 맡은 영국 역사학자 레이 티빙 경이 자신의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이 책은 내용이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전제가 꽤 믿을 만하다"고 말하는 대목의 그 책이 바로 ‘성혈과 성배’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여하튼 ‘다 빈치 코드’의 명성에 힘입어 꽤 이름이 알려진 ‘성혈과 성배’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야기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며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헨리 링컨이 역사추리소설인 ‘저주 받은 보물’을 가지고 단편기록물을 만들 가능성을 확인하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프랑스 렌르샤토 마을에서 이 책을 쓴 제라르 드 세르 사제와 만난 뒤 ‘무언가 있다’는 감을 잡은 링컨은 사제에게서 드문드문 자료와 암시를 받아가며, 베이전트, 레이와 합세해 프랑크 왕국을 건국한 메로빙거 왕조와 시온 수도회를 거쳐 중세시대 수없이 떠돌았던 성배 전설에 접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들은 성배의 전설이 흔히 아는 것처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고, 그 뒤 십자가 밑에서 요셉이 예수의 피를 받았다는 그 잔이 아니라 성스러운 가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 빈치 코드’에서 변주되는 것처럼 그 가문의 꼭대기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한 예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독자를 잡아 끌려고 숨쉴 틈도 주지 않고 긴박하게 상황을 몰아가는 ‘다 빈치 코드’에 못마땅했던 사람이면 미스터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다큐물이 은근히 더 재미있다고 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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