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7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야심작 ‘신돈’(연출 김진민)이 전도연 주연의 주말 같은 시간대의 SBS ‘프라하의 연인’은 물론 KBS 1TV 외화 시리즈 ‘칭기즈칸’보다도 시청률에서 밀리고 있다.
9월24일 첫 방송에서 ‘신돈’은 시청률 9.9%(TNS 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해 12.8%로 조사된 ‘칭기즈칸’에 미치지 못했다. 3회가 방영된 1일에는 10.9%를 기록한 ‘칭기즈칸’을 0.2% 차이로 바짝 따라잡았지만 여전히 기대 이하의 수치다.
애초 제작비 등을 이유로 ‘명성황후’ 재방송을 추진하던 KBS가 주요 시간대에 전례 없이 외화 시리즈를 방영키로 함에 따라 투입된 ‘칭기즈칸’은 ‘신돈’에 비해 훨씬 낮은 시청률이 예상됐다. 내몽골 자치주에서 제작된 작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동북공정과 같은 맥락에서 몽고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테무친을 중화영웅으로 둔갑시킨 작품을 공영방송이 버젓이 방송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
그럼에도 “하반기에는 신돈에 올인 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MBC가 신경을 쓰고 있는 ‘신돈’과 엇비슷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신돈’의 시청자들도 ‘우리 나라를 그렇게 핍박했던 원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낮다니 어이 없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1회부터 3회를 통해 ‘신돈’은 ‘왕과 비’ ‘명성황후’ 등을 쓴 정하연 작가의 탄탄한 이야기와 고려궁과 팔관회 등을 재연한 화려한 영상미를 뽐냈다. 또 공민왕 역을 맡은 정보석의 연기도 작품에 무게를 실어주며 KBS의 ‘제국의 아침’과는 전혀 다른 색깔이 묻어나는 MBC만의 고려 사극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신돈 역을 맡은 손창민의 경우 SBS ‘불량주부’의 코믹한 이미지가 여전한 상황에서 신돈을 밝고 호방한 캐릭터로 그리고 있어 다소 낯설다. 2회와 3회에서 신돈이 보여준 무공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수준이어서 마치 무협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 것도 어색했다.
‘신돈’ 제작진은 신돈이 중국으로 고행 길을 떠나고, 공민왕과 노국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본격화하는 4부부터는 ‘칭기즈칸’의 시청률을 추월, 본격적인 대세 상승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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